우정 예찬(友情禮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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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예찬(友情禮讚)
  • 관리자
  • 승인 2007.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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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샘 / 우리들의 우정

얼마 전 우연히 옛 남자친구를 만났다. 한때는 꽤 심각했던 사이였는데도 우리는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었다. 기왕 내친김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까운 찻집에 들어가 오랜만에 묵은 얘기를 주고 받았는데 그 친구 얘기가 걸적이었다.

"며칠 전 팔자에 없는 맞선이란 걸 처음 봤는데 기분이 참 찜찜하더라. 헤어져 혼자 전철을 타고 오는데 불현듯 이 느낌, 이 얘기를 막 누군가에게 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지 뭐냐. 그게 누군가 곰곰 생각해 보니 나참, 그게 바로 너지 뭐냐!"

옛 연인에게 자기 맞선 본 얘기를 해주고 싶어 몸살이 난 남자.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더란다. 나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충분히 알고도 남았다. 나 역시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할 때면 그와 얘기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으니까.

그것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 그것과는 다른 무엇이었다. 비슷한 정서를 지닌 사람들만의 공감대, 그리고 '수다 떨기의 미학'을 즐겼던 오랜 지우(知友)에 대한 간절함 같은 것이라고 나 할까. 일찍이 우리는 그런 '마음 통함'을 단지 남녀라는 이유 때문에 쉽게 사랑으로 오인했고, 그것이 더이상 절절하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친구와 연인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이도 저도 아닌 이별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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