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배와 딸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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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배와 딸의 결혼
  • 관리자
  • 승인 2007.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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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나의 다짐

딸 은주의 대학 입시가 며칠 안 남은 어느 날, 야반(夜半)에 잠이 깬 나는 불도 켜지 않고 마루로 나왔다. 한 줄기 약한 불빛이 문을 꼭 닫지 않은 그 아이의 방에서 새나오고 있었다. '아직도 공부하는가? 이제 새벽이 가까운데...".

말을 건네면 방해가 될 것 같아 발소리를 죽여 문 틈으로 본 광경.

합장한 손이 올라 갔다 내려 갔다 하며 정신없이 절을 하고 있는 그림자가 촛불에 비쳐 벽에 너울거리고 있었다.

'저 아이가 웬일로?...' 나는 숨소리도 조심하며 한참 보고 있었는데, 본인은 무중(無中)에 빠졌는지 계속 절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안방으로 들어와 자리에 누웠지만 왜 그런지 자꾸 눈물이 쏟아졌다.

철 들어서부터 절에 가는 것이 일상 생활 속에 융해되어 있는 당연한 행사로 알고 자주 같이 다니며, 단풍잎 같은 작은 손을 맞대고 엄마의 절모양새를 곁눈질하며 제법 절을 잘하던 딸 아이.

그렇게도 가고 싶어하던 미대를 단념시키고 다른 과를 선택케 한 것이 잘한 일인지 아닌지... 망설임, 미련, 불안, 그 모두를 덮어버리고, 고교부터는 공부에 쫓겨 제대로 절에도 못 가는 딸의 몫까지 새벽길을 재촉하여 그토록 많은 날.

"부처님 거들어 주십시오."

"부처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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