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중생계에 빛으로 오셨습니다. 중생이 스스로를 미혹하여 미망의 밤을 헤매고 온갖 갈등과 대립의 고통에 시달리는 그 속에 부처님은 광명으로 오셨습니다. 중생이 무명(無明)이 근원이 되어 생사윤회를 거듭하다가 이 어둠이 깨어짐으로써 광명천국을 회복한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명백한 부처님의 광명적 위신력을 오늘날 우리들은 망각하고 있지나 않은가 생각해볼 일입니다. 개인이 받아서 지혜와 기쁨이 오고, 가정이 받아서 화목과 행복이 오며, 사회가 받아서 조화와 번영이 오고, 국가가 받아서 안녕과 평화가 깃들어 끝없는 창조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날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와 걸림없는 위신력의 빛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비춰지는 그런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땅 위의 겨레가 청정면목에 눈뜨고 장엄국토에 태어난 보람을 누리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겨우내 말라 있던 나뭇가지에 새로 물이 오르고 산과 들에는 진달래 개나리를 비롯한 색색의 꽃들이 활짝 피고 있다. 봄이 무르익어 갈수록 나무들의 잎새는 푸름이 더욱 짙어가고 온 산하에는 생기가 넘쳐난다. 부처님께서는 겨울을 이기고 세상에 봄이 무르익어가는 이런 시절에 세상에 오시었다.

룸비니 동산에서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 부인이 걱정을 없게 한다는 뜻을 가진 무우수(無憂樹) 나무가 늘어뜨린 가지를 잡는 순간 아기부처님은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를 통해서 탄생하셨다. 이때 세상에는 오색의 광명이 가득 비치고 나무들은 가지마다 가득 꽃을 피워 꽃향기가 넘쳐 났으며, 그 꽃들이 꽃비가 되어 대지에 뿌려져 사바세계에 부처님 오심을 기뻐하고 장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