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샘·그리운 님께
엄마. 지금 창밖에는 실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올 봄에는 비가 자주 내려 가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성급한 판단인지는 모르겠으나 웬지 올해도 풍년이 들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어제는 강원도 횡성 오일장에 다녀 왔습니다. 친구의 권유에 못 이겨 따라갔는데, 활기찬 장터 풍경을 보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장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며 갖가지 산물들이 널려 있는 골목골목을 친구와 함께 한참 누비고 다녔습니다. 음메-음메 우는 누렁소와 옆에서 둥글둥글한 눈망울을 굴리는 송아지도 보았습니다.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오리, 강아지, 화분, 묘목, 도자기, 물고기 거기에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온갖 물건들까지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동안 너무 한곳에만 매여 살아왔다는 자책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구요.
시장 한 켠에서 쌀, 수수, 조, 당귀, 팥 등속을 늘어 놓고 파는 할머니가 저의 손목을 잡으면서 사가라고 하였지요. 그때 문득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거칠어진 손마디며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그리고 굽은 등허리가 꼭 엄마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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