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침경수(圓枕警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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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침경수(圓枕警睡)
  • 관리자
  • 승인 2007.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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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법연(法演)스님

수년 전만 해도 집집마다 목침(木枕) 한두 개는 있었다. 주로 더운 여름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 사용했는데 대개는 네모진 것이었다. 그러나 절에는 둥근 목침이 많았다. 이것을 원침(圓枕)이라고 하는데 둥근 나무를 토막낸 것이었다.

이 둥근 목침은 베고 누워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절에서는 그러한 목침을 속가(俗家)에서와 같이 한 여름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철을 사용했다.

겨울이라고 해서 폭신한 베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선방(禪房)에는 둥근 목침이 많았다. 때문에 선방에서 오랜 생활을 한 스님들의 뒤통수는 굳은 살이 배겨서 울퉁불퉁했다. 울퉁불퉁해서 삭도(削刀)로 머리를 깎을 때면 으레히 베기가 일쑤여서 벤 자국이 끊이지 않았다. 더러는 보기에 흉했다. 그래서 "도인의 앞 얼굴은 거룩한데 뒤는 험하다"고 유생(儒生)들이 비아냥거리기도 하였다.

내가 출가해서 절에 살면서 가장 고통을 느낀 것은 둥근 목침을 베고 자야하는 것이었다. 둥근 목침을 뉘어 놓고 머리를 올려 놓으면 어느새 목침은 굴러서 머리 밖에 있거나 목덜미에 굴러와 있어서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꾀를 내서 짧은 목침을 세우고 편편한 곳에 머리를 대고 누우면 금방 고개가 뻣뻣해지고 잠이 들었다 싶으면 목침은 넘어져 잠을 깨우곤 하였다.

목침을 이리 베고 저리 베면서 뒤척이다가 밤을 세우다 시피 하였다. 차라리 앉아서 조는 편이 그래도 잠자는 맛이 있었다. 그래서 앉아서 조는 밤이 많아졌다. 그러자 어느 스님은 "아무개 수좌(首座)가 장좌불와(長坐不臥)를 한다"고 하였다.

'장좌불와'란 누워서 자지 않고 밤을 새워서 좌선(坐禪)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스님의 말대로라면 나는 잠을 자지 않고 참선수행(參禪修行)하는 대정진인(大精進人)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초심자(初心者)의 말뚝 신심(信心)이 며칠 갈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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