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샘/결실의 계절에는
그 해 여름, 시골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친구의 자취방에서 놀러갔다가 함께 간 친구들과 작당이 되어 단체로 봉숭아 꽃물을 들였다. 울 밑에 핀 봉숭아꽃이 어찌나 붉고 소담스럽던지, 고추장과 백반을 섞어 꽁꽁 찧어 손톱 끝에 묶고는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린 시절 이야기며 문학소녀 시절 이야기, 결혼을 할 그이에 대한 이야기까지....
내 손톱을 보고 새신랑이 될 그이가 말했다. 결혼을 하면 해마다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여주겠 노라고. 장난 같은 약속이었다. 그리고 털털맞기 짝이 없는 그의 성격으로 보아 실현가능성이 거 의 없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결혼 첫 해 여름, 밤늦게 돌아온 남편의 손에는 붉은 봉숭아꽃과 싱싱한 초록 잎사귀가 한 움큼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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