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녀이혼(淸女離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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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녀이혼(淸女離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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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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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법연(法演)스님

청녀이혼(淸女離魂), 청녀라고 하는 여인의 혼이 육체를 떠났다는 말인데 이는 당(唐)의 진 원우(陳元祐)가 쓴 이혼기(離魂記)라고 하는 괴기담(怪奇談)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 '청녀이혼'이라는 말이 선가(禪家)에서는 화두(話頭)가 되어 무문관(無門關)이라고 하는 선서(禪書)의 제 35측(則)에 끼어 있다.

'이혼기'에 실린 '청녀이혼'의 이야기 줄거리는 대강 이러하다.

옛날 중국에 장감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에게는 미모가 뛰어난 딸 청녀가 있 었다. 그리고 왕주(王宙)라고 하는 생질(甥姪)이 있었는데 이 생질이 또한 청녀와 버금할 미 소년(美少年)이었다.

딸과 생질의 아름다움에 취한 장감은 이들이 어렸을 때, 늘 너희가 성인(成人)이 되면 짝 을 지어 주리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청녀와 왕주는 어려서부터 남다르게 친숙했고 장래를 기대하면서 더욱 아름답게 자랐다.

그러나 장감은 청녀가 다 자라서 시집갈 나이가 되었을 때, 고을 관아의 높은 벼슬아치에 게 청녀를 시집보내어, 그 인연으로 출세하고자 하였다. 장감의 마음이 변한 것을 안 청녀는 제 방에 틀어박혀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왕주는 절망으로 고뇌하다가 청녀가 있는 고향을 떠나기로 하였다.

왕주와 함께 살 수 없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청녀에게 이별을 알리고 배를 타고 고향을 떠 나 어두운 밤,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를 수십 리, 강기슭에서 왕주의 뒤를 쫓아오면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배를 세우고 보니 강기슭에 청녀가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배를 저어 촉(蜀)나라에 가서 5년을 살았다.

어쩐 일인지 5년의 부부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또는 그 동안 두 아들을 낳았다는 설도 있다. 어찌 되었던, 두 사람은 차츰 부모가 그립고 고향이 그리웠다. 청녀와 왕주는 그 동안 세월도 지났으니, 두 사람에 대한 장감의 노기(怒氣)도 풀렸으리라는 기대도 없지 않아 고향인 충양(衝陽)으로 돌아갔다.

충양에 도착한 왕주는 그가 먼저 장감을 찾아가 용서를 빌리라 생각하고서 청녀는 배 안 에 남겨 둔 채 장감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빌었다.

왕주의 말을 들은 장감은 "네가 허튼 소리를 하는 것이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이다. 너는 청녀를 데리고 갔다고 하지만, 네가 집을 나간 이후, 청녀는 병이 들어 지금도 침상에 누워 있다. 그 병이 이상한 병이어서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자는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 침실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간 적이 없다." 하였다.

의심이 난 왕주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청녀는 지금 강가에 매어 둔 배 안에 있습니다." 하고서 침실을 보니 침대에 청녀가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어리둥절해진 왕주, 정신없이 한 달음에 배로 돌아오니 거기에 또한 청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왕주는 지체하지 않고 청 녀를 데리고 장감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지금까지 침상에 누워있던 청녀가 언제 병들 어 누워 있었느냐 싶게 일어나 침실 밖으로 나왔다. 마주 대한 두 청녀는 무엇에 이끌리듯 이 서로 다가가 눈 깜짝할 사이에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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