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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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좋은 날
  • 관리자
  • 승인 2007.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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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 동산(東山)스님

어느 해 여름 안거 때 나는 범어사에 있었다. 장마가 지루했다.

그 때 범어사에는 2백명 가까운 대중이 여름 안거를 하고 있었다. 안거기간의 중간을 지날 무렵이었다.

3개월 동안의 안거기간 중 한달 보름까지를 절에서는 흔히 반산림(半山林)이라고 한다. 이 반산림이 지날 무렵에 절의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 때는 지금과 같이 절구경을 오는 사람이 관람료를 내는 때가 아니었으므로 절의 주된 수 입은 절이 가진 논에서 나는 소작료(小作料)였다.

때문에 가을 추수 되에는 절살림이 그런 대로 지낼 만하지만 겨울을 지내고 봄에 이르면 살 림이 쪼들리기 시작하고 여름 안거의 반산림에 이르면 사정은 매우 나빠진다. 1970년대까지, 벼를 수확하기까지 절량농가가 생기고 전국적으로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해서 주민의 대다수 가 굶주려야 하는 보릿고개가 있었듯이 절에도 보릿고개가 있었다.

범어사의 경우, 식량 사정이 어려운 고비를 동산 스님을 따르는 신도들의 보시로 이겨내곤 하였다. 그런데 식량 사정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은 신도들의 보시 중에는 국수가 많았다.

그것은 조실(祖室)인 동산 스님께서 국수를 특별히 좋아하시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쌀은 넉 넉하지 못해도 국수는 늘 풍족하였다.

그래서 식량사정이 어려운 때에 신도들이 마련한 대중공양은 으레 국수 공양이었고 국수공 양이 잦으면 식량 사정이 나쁜 것으로 대중은 알았다.

한편 그 무렵에는 안거 때면 신도들도 적잖이 안거에 동참을 했는데 그해의 범어사 여름 안 거에는 20명 가량의 보살들이 동참을 했었다. 이 보살들 가운데 절의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한 노보살이 집에 다녀오면서 역시 국수 여러 상자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동산 스님께 하는 말이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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