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가을 방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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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통신] 가을 방생
  • 최호승
  • 승인 2020.09.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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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반년 넘게 잦아들지 않고, 일상은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세상이 온통 비대면입니다. 마스크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 된 지 오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뛰놀기 어려워졌습니다. 방콕, 집콕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불안정해졌고 ‘코로나 블루’가 퍼졌습니다. 외식보다 집에서 배달음식을 먹는 인구가 늘면서 포장용 일회용품은 ‘코로나 쓰레기산’을 만들었습니다. 절이라는 공간에서 많은 신행이 이뤄지던 불교 역시 악조건에 놓였습니다.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를 전국에 확산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한 ‘사랑을 제일로 여긴다’는 어느 교회의 목사와 신도 쪽은 안녕하신지요?

●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가 감사(?)합니다. 석탄과 석유 에너지 사용이 줄어 지구의 하늘이 잠시나마 깨끗해졌기 때문입니다. 채식이 재조명됐고, 절집은 늦었지만 빠르게 유튜브 등 영상매체를 이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19가 사회 곳곳을 마비시키고 있지만, ‘코로나의 역설’입니다.

● 무엇보다 얼마 전 목격한 ‘길 위에 방치된 죽음’을 줄여서 고맙습니다. 부득이하게 차를 이용해 지방에 갈 일이 생겨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빠르게 이동하는 차 뒤로 중앙분리대 아래 누워있는(아마도 죽은) 고라니 한 마리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룸미러에 걸어둔 염주를 오랜만에 매만지며 “지장보살”을 수차례되뇌었습니다. 입에서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이 새어 나왔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릅니다. 룸미러에 걸어둔 염주가 동물들의 왕생극락을 빌고 참회하는 도구가 됐습니다.

● 차량 통행량 감소로 로드킬(Roadkill, 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이 감소했습니다. 환경부 국립생태원이 운영 중인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년 대비 2배 가량 줄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019년 상반기(1~6월) 1만 1,641건이 2020년 상반기에는 6,604건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다만 한국로드킬예방협회는 환경부가 2018년 6월부터 로드킬 발생 통계 집계를 시작해 100% 신뢰하긴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국내 도로에서만 한 해 동안 약 30만 마리의 동물들이 로드킬로 죽는다는 게 한국로드킬예방협회의 추산입니다. 어쨌든 관리 당국이 시작한 공식 집계에서는 로드킬이 감소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동물과의 공생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뼈아파도 일단 다행입니다.

● 가을입니다. 아마, 그렇지만 확실하게 곱고 붉은 단풍이 산하를 수놓을 것입니다. 가을 단풍을 겸한 방생 법회가 곳곳에서 열립니다. 천년고찰은 개산을 축하하는 법회도 봉행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겠지만, 자가용으로 법회에 가신다면 한 번쯤 ‘길 위에 방치된 죽음’을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야간에는 속도를 줄이고, 로드킬 당한 동물을 보면 다른 차가 다시 밟고 지나가지 않도록 도로공사 측에 전화 한 통 부탁합니다. 네 발 달린 동물만 로드킬로 목숨을 잃는 게 아닙니다. 차와 부딪혀 죽는 수많은 곤충도 로드킬입니다. 차에 시동을 걸거나 끌 때 잠시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글. 최호승(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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