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다르마] 스마트폰 언제 바꾸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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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다르마] 스마트폰 언제 바꾸셨나요?
  • 유정길
  • 승인 2020.10.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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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란 말. 때로는 계획적 노후화, 구식화라고도 하는 용어다. 빨리 새 제품을 소비하게 하려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제품이 고장 나도록 계획적이고 기술적인 설계를 해놓은 것을 말한다. 새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기존 제품을 구닥다리로 만드는 계획된 수명 단축 전략이다.

 

| ‘소니타이머’를 아시나요

오스람, 필립스, GE(제너럴일렉트릭) 등 전 세계 전구 업체들이 1924년 스위스에 모여 1,500~2,500시간이던 전구 수명을 1,000시간으로 줄이도록 담합하고 어기면 벌금을 물린 적도 있었다. 또 GM(제너럴모터스) CEO였던 알프레드 슬론은 차량 외관만 바꿔 매년 새로운 모델을 내놓게 했다. 엔진과 내부는 그대로인데 4년에 한 번 전체를 바꾸는 형식으로 신차를 출시하면서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다. 그는 계획적 진부화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도 매년 성능을 조금씩 높이고 색깔을 바꿔가며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하고 있다. 마침 건전지가 품질 보증 기간이 끝나는 기간에 맞춰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기도 한다. 현재 것도 쓸만하고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데도 새것을 구매하고 싶은 심리를 일으켜 신형 스마트폰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충전기도 이전의 것과 다른 타입으로 바꿔 새것을 사도록 만든다. 대체로 스마트폰은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평균 15.6개월마다 새것으로 바꾸고 있으며, 1년에 1,200만 대의 멀쩡한 중고폰이 나오고 있다. OECD 가입국 중 한국이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가장 짧은 국가라고 한다. 

전자제품 안에 기기의 수명을 조정하는 장치가 부착돼 있다는 의혹도 있다. 소니 제품은 무상 AS 기간이 끝나면 치명적인 고장이 발생한다는 것. 유상 수리나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장치에 사람들은 ‘소니타이머’라고 이름을 붙였다. 

물론 위의 모든 내용은 대체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이야기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상당 부분 사실일 것으로 보인다. 이 진부화(구식화)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기능 구식화’다. 제품 기능을 점점 향상시켜 현재 모델이 낡은 것이 되게 해서 새로운 것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버리고 구매하는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소비주의 망령은 제품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을 구태의연한 행동쯤으로 여기게 만든다. 

두 번째는 ‘품질 구식화’다. 일정 시간 사용 후에는 제품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일부러 고장 나게 만들어서 제품의 명령 처리 속도가 늦거나 작동이 답답해지면 사람들은 새것을 구입하고 싶어진다. 건전지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수리가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세 번째는 ‘호감도 구식화’다. 새로운 유행과 트렌드를 계속 만들어 새것을 멋지게 포장하고, 과거의 것을 구닥다리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첨부해 소비자가 업데이트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 하나뿐인 지구

노트북 한 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얼마일까? 노트북 무게의 4,000배라고 한다. 우리가 1년 6개월 남짓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비소, 카드뮴, 니켈, 납, 아연 같은 독소들을 배출한다. 물론 콩고에서 전쟁까지 벌이는 희토류도 들어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소비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말한다. 구매력이 늘고 소비를 많이 해야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모두가 소비시장 위축을 두려워하고 있다. 소비만이 살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과연 오래 쓸 물건 생산은 환영받지 못할 행위인가? 성찰적 소비가 아니라 탐욕적 소비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획적 진부화, 구식화, 노후화 발상은 당연한가? 모두 무한 소비의 사회로, 직선적 수직적 성장사회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이 소비사회의 논리가 가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본전제가 있다. 무한 소비를 위해서는 무한히 물건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무한히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원도 무한해야 한다. 결국 ‘자원이 무한주의’가 소비 패러다임의 기저에 있다. 그러나 하나뿐인 지구(The Only One Earth)란 말은 우리가 ‘유한한 지구’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유한성이 팩트다. 자원 무한주의는 인류의 어리석은 무명이며 망념이다. 오늘날 사회는 이 같은 무명과 망념의 토대 위에 세워진 모래성이다. 

태평양에 한국의 영토 면적 크기의 쓰레기 섬이 3개나 된다. 쓰레기 플라스틱으로 산과 들, 바다가 다 오염되는데, 더욱 빨리 버리게 하고 소비하게 해서 어디까지 갈 것인가. 자식이 행복하길 바라지만 당신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자식들은 불행에 빠지게 된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이다. 정토회 에코붓다 이사, 귀농운동본부 귀농정책연구소 소장, 국민농업포럼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한살림, 아름다운 재단등에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계종 환경위원, 백년대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과거 한국 JTS 아프가니스탄 카불지원 팀장을 지내는 등, 환경, 생명평화, 개발구호, 남북평화, 공동체운동과 협동조합, 마을만들기 등 대안 사회운동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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