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자본주의의 변화인가 그린워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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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자본주의의 변화인가 그린워싱인가
  • 유정길
  • 승인 2021.08.1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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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다. 세계 곳곳이 폭염과 화마로 신음한다. UN은 물론 지구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이 전환을 말한다. 기업들도 달라지고 있다. 석탄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생산업체 볼보는 기업 패러다임을 바꿨다. 자사의 자동차를 타는 소비자의 ‘안전’을 강조하던 기업 마케팅이 ‘지구의 안전’으로 바뀌었다. 비재무적 가치로 운영하는 착한기업이 투자시장의 트렌드가 됐다. 기후위기로 촉발한 전 지구적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불교는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의 기고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더 세지고 더 강력해진 기후재난들

결국, 무관중으로 도쿄올림픽이 치러졌다. 올림픽 역사상 이런 적은 없었다. 이미 비정상이다. 중국의 허난성 장저우, 쓰촨성에 엄청난 폭우가 내려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잘산다는 서유럽도 폭우로 물난리가 났다. 또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20일이 넘는 대형산불이 발생했고, 7월 말 BTS까지 나서서 구호를 요청한 터키 남부의 산불을 비롯해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에도 산불로 난리가 난 상태이다. 우연한 재앙이 아니다. 작년 초 6개월간 지속한 호주의 산불이 기후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제 기후위기는 정부와 정부간 연합, UN이나 NGO의 호소와 활동만으로는 안된다. 실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자본이 주인인 자본주의사회가 아닌가. 산업사회의 토대인 자본이 변하지 않으면, 자본을 관할하는 기업의 성격이 전환되지 않으면 기후재앙의 실질적인 전환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기업과 자본이 달라지고 있다. 바로 ESG이다. 최근 기업들은 온통 ESG 대응에 부산하다. ESG를 준비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고, 갈수록 투자도 받을 수 없게 되면 기업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ESG는 E(Environment, 환경), S(Social, 사회), G(Governance, 지배구조)의 약자이다.

기업마다 ESG 열풍이다. ESG는 E(Environment, 환경), S(Social, 사회), G(Governance, 지배구조)의 약자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선진적인 경영을 한다는 기업이나 CEO들에게 ESG는 최근 가장 핫(Hot)한 이슈이다. 그동안 기업 평가의 핵심은 ‘재무적 가치’였다. 1년간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ESG는 그 평가 기준을 환경적 고려, 사회적 책임, 건강한 기업구조 등 ‘비재무적 가치’로 바꾸는 일이다. ‘비재무적 가치’의 평가 기준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 가지 사례에서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선한 활동도 하며 비정규직이 없는 ‘오뚜기식품’을 ‘갓뚜기’라고 높이 평가했다. 오뚜기 라면 구매로 보답한 사람들은 라면시장의 최고 판매기업에 오뚜기식품을 올려놨다. 반대로 땅콩회항 사건 등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과 폭행은 그룹 내 운영 파행으로 이어졌다. 지난날 기업의 존재 이유가 ‘주주의 최대이익 추구’였다면, 이제 ‘이해관계자의 행복추구’로 바뀌었다. 기업의 평가 기준이 ESG로 바뀐 것을 두고 자본주의사회의 성격이 바뀌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각종 투자회사도 이제 ESG 평가에 근거해 투자하겠다고 한다. ①환경 : 기후위기와 대기수질, 생물종다양성, 산림 벌채, 에너지효율과 폐기물 관리 등을 얼마나 고려했는가, ②사회 : 인권과 노동기준, 성별, 지역사회 연계를 얼마나 했는가, ③지배구조 : 이사회 구성과 임원의 도덕성, 감사위 구조, 뇌물부패, 내부고발자제도가 있는가 등이 투자의 판단 기준이 된 것이다. 이것은 30년 전 지속 가능한 발전(SDGs) 경영, 20년 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10년 전 기업의 사회적 공헌(CSV)의 연장선에서 발전한 패러다임이다.

그린워싱, 녹색도 아니면서 녹색인 척

환경위기는 ‘정치의 실패, 시장의 실패’에서 비롯했다. 정책을 좌우하는 정치인들은 4~5년간 선거와 선거기간만 관심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규제를 풀고 제한을 해제하겠다는 개발 공약을 발표한다.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10~50년 뒤의 장기적 이익이란 안중에 없는 일이다. 기업들 또한 10~50년 뒤의 이익은 안중에 없었다. 1년간의 당기순이익이라는 재무적 결과만이 기업의 유지와 성공평가이다. 이렇게 장기적 이익을 무시한 채 단기적인 이윤 동기로만 움직여온 정책 논리와 기업의 경영 성격이 오늘날 기후위기를 초래한 원인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러다 보니 기업들은 ESG 평가에 혈안이다. 그래야 투자받을 수 있고 미래적인 이미지로 성공할 수 있어서다. ESG 평가를 높이 받으려고 과도하게 친환경적 포장을 하고, 유해성을 축소하고,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거짓말 하며, 왜곡 조작한다. 기업 이미지도 올라가고 상품판매도 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정성 없이 녹색으로 위장하거나, 작은 요소를 부풀려 녹색이라고 주장하고 심지어 반환경적인 행위를 하면서 녹색이라고 거짓말하는 행위를 모두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고 말한다. ‘녹색으로 세탁한다’는 의미이며 진정성 없이 과장하거나 흉내 및 시늉하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는 진정한 녹색의 가능성이다. 친환경을 넘어서 필(必)환경의 시대, 한정된 자연에서 자원개발과 소비 없이, 성장을 포기하지 않고 진정한 녹색이 가능할까? 저성장, 마이너스 성장 속에서 사회적 진화와 발전을 만들어야 하는데, ESG가 과연 성장주의 사회를 접고 근본적 전환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만일 성장의 근본적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면 ESG 자체가 오히려 그린워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녹색불교의 진정성은 지속성과 축적성

조계종은 지난 6월 4일 총무원장 명의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 중립과 생명 전환 실천에 관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조계종의 실행 의지를 밝히는 대단히 중요한 발표였고, 이 선언은 불교 곳곳에 실천적 행동을 촉구하는 힘이 될 것이다. 이 선언의 진정성은 후속 일정 계획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행하느냐에 달렸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의제21(Agenda21)처럼 오랜 기간 준비한 실천계획서가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고 문건 발표로 활동이 끝나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담화문은 강력한 실행력을 동반해야 한다. 의지와 진정성이 없다면 이웃 종교가 하니 덩달아 발표했다는 시늉만 내는 전형적인 그린워싱이 된다.

발표나 선언이라도 하는 것은 ‘적어도 관심과 작은 의지’로 읽힌다. 그마저 외면하는 일보다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속의 힘이 될 ‘강력한 의지’와 ‘진정성’이다. 기후위기를 앞두고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미래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어떤 조직과 기관도 생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불교의 녹색화가 중요하다.

녹색불교는 단순히 환경운동을 하자는 개념을 훨씬 넘어서는 이념적인 용어이다. 동시에 실질적인 변화를 뜻한다. 주차장이나 농토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석탄 연료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며, 전국 교구본사마다 환경위원회를 두고 사부대중과 함께 배우고 지속적인 캠페인을 전개하는 일련의 행위다. 녹색불교가 정착한다면 사찰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생활양식이 바뀌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녹색화도 가능할 것이다. 불교의 녹색화로 지역이 바뀌고 세계가 녹색의 가치로 전환하는 데 불교가 큰 역할을 한다면, 불교는 미래의 종교라고 단언할 수 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이다. 정토회 에코붓다 이사, 귀농운동본부 귀농정책연구소 소장, 국민농업포럼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한살림, 아름다운 재단 등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JTS 아프가니스탄 카불지원 팀장을 지내는 등, 환경, 생명평화, 개발구호, 남북평화, 공동체 운동과 협동조합, 마을 만들기 등 대안 사회운동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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