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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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하는 사람
  • 관리자
  • 승인 200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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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하는 사람]

불교에서는 술은 지혜를 흐리게 한다 하여, 술 먹는 것을 오계(五戒)의 하나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주위의 불자님들 중엔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엉터리(?) 불자, 문자(文字) 불자님들 뿐만 아니라, 진실로 신심이 지극한 불자님들 중에도 술이라면 거절을 못하는 분들이, 아니 말술도 사양 않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모습은 일반 재가 불자들에게서만 아니라 선지식들에게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으니, 진묵 스님이나 경허 스님께서 술을 좋아 하셨다는 것은 아주 잘 알려진 일이고, 근세의 선지식 중에도 고봉 스님 같은 분은 됫병 막소주를 드시지 않으면 법문을 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술을 들지 않는 것은 오계의 하나인데 왜 이렇게 불자님들 중엔 술을 좋아 하시는 분들이 많을까요? 오늘은 이렇게 술 좋아하는 불자님들 얘기를 드려 볼까 합니다.

카톨릭 주간 신문인 '평화 신문'에는 요즘, 알콜 중독에서 벗어난 신부님의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고 합니다. 80 년에 사제 서품을 받고 추기경님 비서를 지낸 '허 근' 신부님이 바로 그 분인데, 성직자 신분으로 알콜 중독에 빠져 고통 속에 헤메이다 드디어 중독에서 벗어나 지금은 '가톨릭 알코올 사목 상담 소장' 으로 재직 중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 허 근 신부님은 제가 82 년 해군 사관학교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당시 대위로 계시던 군종 장교님이셨습니다. 이 분이 군 신부님으로 오시게 된 것은 참 특이하였는데, 그것은 신부님이 이미 병(兵)으로 군 복무를 마치신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제 서품을 받고 나니 첫 발령지가 바로 군이라! 신부님은 난데없이 다시 해군 장교로 입대하여 대위 계급을 달고 사관학교로 오신 것이었는데, 틈만 나면 저더러 이런 기막힌(?) 신세를 말씀하곤 하셨지요...

제 기억에 허 근 신부님은 참 자상하신 분이었습니다. 병(兵)으로 근무하셔서 그런지 사병들의 애환도 생생히 이해해 주셨고, 갈 곳 없는 외로운 생도들의 고달픔도 곧잘 달래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조금은 이상했던(?) 것이, 이 분은 이렇게 상담자가 오거나 동료 장교들이 올 때면 곧잘 미사용 포도주를 대접하곤 하셨습니다. 물론 한 병 가지고 여러 명이 한 잔 여를 먹는 것에 불과하였지만, 신부님이 미사용 포도주를 대접하다니! 가히 파격적인 일이었지요. 저희들만 먹기엔 좀 미안하니 신부님께도 한 잔 권하기도 했는데, 대부분은 거절하셨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맞춘다고 한두 잔씩 드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미사용 포도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권하시는 괴짜(?) 신부님으로 알고 헤어졌는데, 아뿔싸! 그 신부님이 알콜 중독자가 되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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