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묵 대사의 효심이 깃든 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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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묵 대사의 효심이 깃든 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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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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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밀 국토를 찾아서, 김제시

시퍼런 보리이삭이 하늘에 맞닿은 벌판 가득 피어오른 김제벌을 찾았다. 산이 전국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징게 맹게(김제 만경), 이 너른 들판! 그동안 매달 찾아 다녔던 온갖 명산들에선 느낄 수 없었던 또다른 호연지기가 보리잎새의 출렁임 따라 가슴 가득 밀려든다.

김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농경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삼한시대의 저수지라는 벽골제가 그것을 증명하며 거기 있고 여기저기 잘 정비돼 있는 실또랑마다에는 건강한 물상이 넘실거리며 대지를 흥건히 적셔 흐른다. 자연을 닮아 평등한 사람들은 이 너른 들판에 그어진 둑길을 따라 서로들 자기 논을 잘도 찾아간다. 아득히 아득히 먼 태고적부터 땅갈고, 모내고, 김매던 주머니 속 같은 땅이었으리니, 작년 보리파종 때 저 위 두 번째 고랑 어디엔가는 몇 알이 더 심어진 것까지 새록새록 기억할 판이다.

금산사 장륙전에 삼배하고 모악산에 올라볼까도 생각했지만 늦봄 상춘객이 줄지어 서 있을 입구서부터 번잡스러울 것 같아 애초에 전주쪽으로 난 2차선 도로를 따라 귀신사(歸信寺)로 향했다. 예전 한때는 금산사보다 더 번성했었다는 대찰이라 했지만 길 입구에서 까만 지붕을 가늠해보기로는 대찰의 면모를 잃은지 오래였을 것 같았다. 길 초입에는 선말(鮮末) 이전의 명칭이었던 국신사(國信寺)'라는 푯말을 달고 있는데 근래에 오신 주지스님(용타 스님)께서 이름을 바꿔 달았다고 한다.

정면 다섯 칸짜리 대적광전(보물 826호)은 단청빛이 다 바래서 화장끼 없는 중년부인 같다. 안으로 빼꼼히 고개를 디미니 아! 세 분의 훤칠한 부처님께서 전각이 좁아 보이도록 꽉차게 앉아 계시잖은가. 법신불, 화신불, 보신불의 삼신불이다. 가까이 전주 송광사에도 여기와 비슷한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데 한 시대 같은 사람의 작품임을 금방 알 것 같다. 그런데 전주 송광사의 부처님들이 소조불에다 전체적인 균형감도 부족한 데 반해서 이곳에 모셔진 부처님들은 목불이면서도 전혀 목불의 느낌이 느껴지지 않고 균형감 있는 준수한 외모를 보여주고 계신다. 이처럼 큰 규모의 완성도 높은 목불은 아마도 여기서 처음 보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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