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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암자의 숨은 스님들] 나한의 얼굴을한스님, 결의로 암자에 들다백장암 행선 스님

산따라절따라 두루두루 다니다 보면, 그냥 스 님낯빛하나만으로 고개가 숙여지면서 존경심 이이는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가을바람처럼선 선하고 기분이 좋아 환희심이 절로 난다. 하지만 깊은 산중을 헤맨 뒤에야 맛보는 산삼처럼 만나 기가 어렵다. 반면에 행색은 멀쑥해도 굴러다니 는자갈같은말을 하는 양반, 수박을 먹는지 수박 겉을 핥는지 도통 알수없는사람도 있다. 절이 천년 이래 고색창연하다고 해서 절을 존경 할수는없는 일이고 보면, 다사람탓이고, 사람 덕이다. 지리산 북서편 수청산을 올라 백장암(白 丈庵)에들어선다. 언제 보아도 늘씬한 삼층석탑 아름답고, 그뒤로마침 스님이 내려오고 있다. 선원에서 오는 길이다. 다가서서 합장하고 쳐다 보면서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어디선가 보았 던얼굴인 것이다. 분명 잘생기지 않은 것은 틀 림없는데, 어디서 보았을까? 우리가 나한전에서 보았던 얼굴들, 고개를 젖히고 깔깔 웃고 있는 바 로그얼굴이다. 소박하고 익살스럽고 친근한, 영락없는 ‘나한(阿羅漢)’의 모습이 아닌가.스님이 차 나한잔하자고앞서니나는뒤따르면서말했다. “스님, 응공(應供)의성자, 나한 같은 모습이 네요.” “하,얼굴이못생겼다그말이지요?” “허,어아니요,그것이아니라….” “그런 얘기 가끔 듣습니다. 저는 ‘행선(行禪)’ 입니다, 좌선(坐禪)이아니고. 참선이란 것이 눈만 멀뚱멀뚱하고 우두커니 앉아서 하는 게아니라 걸어 다니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말하 시더니, 송광사 은사스님이 ‘행선’이라고 지어줬 지요.그래서늘왔다갔다합니다.”


지금승가는제대로가고있는가? 우리는너무타성에젖어있지않은가?
행선 스님, 백장암 암주다. 여기 머문 지 3년. 여 느수좌처럼, 홀로 안거를 나려고 백장암에 왔다 가눌러앉은 것이 아니다. 수행을 함께했던 다른 수좌스님 6명과 뜻을 함께 모아, 7인방으로 들어 와백장암을 ‘접수’한 것이다. 이들은 “지금 승가 가가고있는길이바른길인가?”하는질문을 던 지며 수좌의 대열에서 이탈하여 백장암으로 들 어온 것이다. 가장 단순하고도 본질적인 이물음 은지금에 이르러 얼마나 소중한가! 일곱 스님은 구름처럼 떠도는 운수납자가 아니라, ‘취모리검 (吹毛利劍)’을휘날리는7인의검객이었던것이다. “지금 승가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너무 타성에 젖어 있지 않은가? 우리가 가고 있는길이부처님이 걸었던 그길인가?스스로의 마음속에 이런 물음들이 고여 있었던 거죠. 수없 이안거를 나면서도 이물음에서 벗어날 수없었 어요. 그런데 나혼자그런것이아니고, 뜻을 모 아보니 7명의 도반이모인겁니다. 새길을찾아 나선거죠.”

일곱 스님은 상주하고 뜻을 받아줄 곳을 찾 았는데,못찾고헤매다가2015년삼척천은사주 지스님이 흔쾌히 동의하여 그곳에서 한철을났 다. 이듬해백장암이 비었다는 소식을 듣고 실상 사도법스님과 의논을 거친 끝에 여기 들어와 따 로한세상을 차린 것이다. “그것은 결사 같은 것 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결사보다 작은 것”이라 고답한다.스님답이쉽다. “철 따라 제방선원에서 안거를 하고 있으니 큰불편은 없을 것같은데,따로떨어져 나온 이 유가있는가요?” “포살(布薩)을안하잖아요.” 이단순한 한마디가 늘어진 일상의 범계(犯 戒)를베는예리한칼날같다.포살이무엇인가? 어느때붓다께서일사능가라숲속에서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셨다. “비구들아, 나는 두달 동안 좌선하려 한다. 밥을 가져오는 비구와 포살 할때를제외하고 비구들은 내게 오지 마라.” 세 존께서 이렇게 말하시고 나서 두달동안 좌선 하셨는데,밥을갖다드리는 비구와 포살할 때를 제외하고는어떤비구도세존께가지않았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말이다.

포살 앞에 자 자(自恣)가있는데, 둘다토론을 통한 참회 의식으로 자자는 안거가 끝날 때, 포살은 보름마다 한 다. 포살은 부처님이 밥과 같은 무게로 여길 만큼 중요한의식이었던것이다. “지금우리나라에포살하는 곳이 있습니까? 다사라졌습니다. 토론하는 문화가 없어요. 너무 권위적이에요. 아래 의견이 반이 안됩니다. 선 방에서 말하지 마라, 책읽지마라, 하는 것은 진 짜그러라는 것이 아니고 삿된 견해에 빠지는 것 을경계하기 위한 거예요. 책을 읽고, 더깊이생 각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스스로 더나은사 람이 되어야 그동안 공부한 것을 중생을 향해 회 향할 것아닙니까? 회향하지 않는 불교는 죽은 거예요.”

삼학의계와정은바야흐로 지혜에이르기위한뗏목같은것
일곱 스님은 제일 먼저 청규를 만들었다. 백장암 과청규는 얼마나 잘어울리는지 늘붙어다니는 말이다.1335년원나라때백장스님이최초로선 원의 규칙을 만든 것이 ‘백장청규(百丈淸規)’이니.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一日不作一日不食)’는 말 도거기서 나왔다. 백장암 청규는 ‘승가는 불법을 전승하고 해탈을 실현하는 인류사에 가장 오래 된민주주의 공동체’라는 멋진 말로 시작한다. 이 어‘승가의 청정과 화합은 정기적인 포살과 자자 그리고 대중갈마로 유지’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밑으로 3가지 실천 항목이 있는데 첫째가 ‘원 융(圓融)살림’이다. 모든 일은 집단지성으로 결정한다. 늘객스님이 머물도록 방사를 깨끗하게 유 지하며, 재가자를 위한 정기 법회를 연다. 대중살 림은 매달 초에 공개한다.

그리고 이런 대목이 있 다. ‘사찰에서 지급하는 해제비는 없지만 사찰 운 비가 넉넉하고 공양금이 부족할 때는 운비 에서 공양금을 지원할 수있다.’ 해제비는 없지만 형편 되는 대로 나눠 쓰자는 말이다. 나는 이대 목에서 “해제비없는선원도있습니까?” 하고 물 었더니, 스님은 “선원이 좁아 11명외에는 방부 를들일수없는데 오시려는 스님이 오히려 많아 걱정”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에 급격 하게 물들어‘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덩달아 종교의 세속화 또한 빠르게 진행되면서, 절이나 교회에서 돈밝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되었지만, 해제비가 없는데도 수좌가 찾아 오는 이백장암의 실험은 오염된 자본주의에 대한반작용이며, 백석의 시처럼 ‘가난하고높고외 로운’것이아닌가한다.

청규의 둘째는 ‘포살’이다. 포살은 매달 보름 과그믐에 한다. ‘대중의 힘으로 청정을 회복하는 시간이며, 승가가 대중의 공의(公義)로운되는 단체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라고밝히고 있다.

셋째는 법담탁마(法談琢磨).‘세존이시여,저희들은 사이좋게 화합하여 물과 우유가 잘섞이듯이 서 로를 우정 어린 눈으로보면서 지냅니다.저희들 은닷새마다 밤을 지새워 법담으로 탁마하며 방 일하지 않고 지냅니다.’ 「고싱가경」에 ‘법담탁마’ 가나온다. 바른 견해를 세우는시간이고대중들 이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시간이다. 대중은 돌 아가면서 논주(論主)를맡아활발한 토론을 이끈 다. 또결제기간에는 늘선지식을 초청하여 설법 을듣는다. “가장 기본이계(戒)입니다. 계는 집지을때 기초 공사 같은 거예요. 불살생 불음주도 계지만, 포살도 반드시 지켜야 할계입니다. 포살을 해야 싸우지 않고 함께 살수있는 겁니다. 계가 없는 곳에정(定)이있겠습니까?우리는안거마다참선 하고 선정에 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옛선사들이 ‘마음을 반조하지 않으면 경(經)을 보아도 이익이없고, 자성(自性)이공(空)한줄모 르면 좌선을 해도 이익이 없다’고 했습니다. 정은 혜(慧)에이르지못하면쓸데가없어요.깊은산속 에서 혼자 선정에 들어 득도하면 뭐합니까? 깨달 은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 삼학 의계와정은바야흐로 지혜에 이르기 위한 뗏목 같은 것입니다.지혜로워야 회향하지 않겠습니 까?” “스님은 지혜로운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런 데여기10명이 넘는 식구들 살림살이하려면 상 당한지혜가있어야겠는데요.” “그것이 절로 돼요. 5명이 살면 5명먹을만 큼들어오고, 10명이 살면 10명먹을만큼들어 옵니다. 참희한하죠? 사는 걱정은 안합니다. 그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굶어 죽기야 하겠습니까?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있으면 있는 대로 사는 거지요. 가난하면 나눠 먹고 살지만, 풍족하면 오 히려탈이나는법입니다.” 백장암은 삼층석탑이 국보 10호다. 탑은 통 일신라9세기경으로 보는데, 당시 전형적 양식을 따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설계되어 ‘이형석탑 (異形石塔)’으로 불린다. 그시대의 유행과 다른 길을간것이다. 백장암은 또우리나라 구산선문 가 운데 선종(禪宗)이제일먼저들어온 실상산문의 천년 가람이다. 선종은 당시 ‘왕즉불(王卽佛)’의 교 종을 때리면서 ‘민즉불(民卽佛)’의 기치를 들고 들 어온 혁명적 사상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리 산이곳은 뭔가 새로운 꿈을 꾸기에 마땅한 곳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 일곱 스님들의 노력은 이백 장암 내력과 얼마나 잘어울리는 일인가, 하는 생 각이든다. 청규 뒷부분에 이런 대목이 있다. ‘부처님이 이미 만들어 놓은 옛길을 따라 걷고자 하는 노력 이지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닙니다. 승가 는해탈로 나아가는 수행 공동체이고 감로수 같 은법을전해주는 전법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승 가에 귀의하고 보시하면 큰공덕이 있습니다. 승 가에 귀의한다는 것은 사심(私心)을내려놓고 공 심(公心)으로살겠다는약속이며불법을세세생생 전승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굳이 청규의 뒷부분 을여기에 다는 것은 그말,이러한 승가에 귀의 하고 보시하면 큰공덕을 얻는다는, 그말을내가 철석같이믿기때문이다.



이광이

60년대전남해남에서태어나어릴때아버지 따라대흥사를자주다녔다.서강대대학원에서 공부했고,신문기자와공무원으로일했다.한때 조계종총무원에서일하면서불교와더욱친해졌다. 음악에관한동화책을하나냈고,도법스님,윤구병 선생과‘법성게’를공부하면서정리한책『스님과 철학자』를썼다.

글.이광이 사진.최배문

 

이광이  bulkwang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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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허 2019-09-28 21:00:06

    행선스님 짧으면서도 핵심을 잘 말하시네요. 허허허 백장암이 한국불교에 새바람이 되길 기대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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