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를라(Karia) 굴원에서 바쟈 굴원까지는 이십리 길,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다. 봄베이서든 뿌나서든 아침 일찍 나선다면 이 두 곳을 하루 만에 돌아볼 수도 있다. 말라블리(Malavli) 역을 사이에 두고 까를라 굴원은 북쪽에 그리고 바쟈 굴원은 그 반대편에 있으니, 어느 곳을 먼저 가든 반드시 다시 역으로 돌아와야 그 다음 목적지로 갈 수 있다.
아침에 이 역에 내렸을 때는 먼 곳부터 다녀오는 것이 좋을 듯하여 먼저 까를라 굴원으로 갔던 것이다. 정오경에 까를라 굴원을 내려왔다. 뜻밖에도 아침에 타고 왔던 릭샤가 산 아래 초입에 그대로 서 있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할 것 같아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누차 일러두었던 릭샤가 세 시간도 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 빈차로 돌아가봤자 태울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드물게 오는 외지 사람의 몇 푼 선심이 그를 기다리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 속절없는 그의 기다림이 안쓰럽고, 또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
괜스레 죄인된 기분으로 릭샤를 돌려 바쟈 굴원으로 향했다. 아침에 내렸던 역까지 왔더니 뜻하지 않게 건널목에 화물열차가 길게 드러누워 길을 막고 섰다. 기차가 고장난 것이다. 내 답답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한 릭샤왈라는 연방 ‘No problem’이다. 어디 ‘No problem’에 속은 적이 한두 번이던가? 두 시간이 지난 후에야 열차가 길을 비켜섰다.
역에서 바쟈 굴원으로 가는 길은 골곡이 심하다. 그렇지 않아도 무게 중심이 위로 쏠려 가뜩이나 불안한 오토릭샤에 앉았자니 오금이 다 저린다.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