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의 선수행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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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의 선수행을 마치며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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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의 선수행

동산무한서(洞山無寒署)

'벽암록' 제 43칙에 다음과 같은 계절(季節)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때 중이 동산(洞山) 스님에게 "추위와 더위가 닥쳐오면 어떻게 회피(廻避)할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이 물음에 대해 동산 스님, "왜 추위도 더위도 없는 곳을 향(向)해 나아가지 못하는가?" 라고 응답했다. 중이 다시 "어떤 곳이 추위도 더위도 없는 곳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동산 스님, "추위가 오면 그대가 동사(凍死)할 정도로 춥고, 더위가 오면 그대가 타죽을 정도로 더운 그곳이 바로 추위도 더위도 없는 곳이니라!"라고 답했다.〔擧 僧問洞山 寒署到來 如何廻避 山云 何不向無寒署處去 僧云 如何是無寒署處 山云 寒時寒殺 黎〕. 참고로 여기에서 동산 스님이 묻고 있는 중을 '도려( 黎)'라고 부른 것으로 보아 이 중은 당시 지해분별(知解分別)을 일삼았던 의학도(義學徒)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동산 스님에게 무한 서처는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이 의학도는 아마도 무한 서처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밖에 있는, 교학에서 추상적으로 말하고 있는 극락정토(極樂淨土)나 열반(涅槃)의 묘경(妙境)을 일컫는 것이 아닌가 하고 머리로만 헤아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를 측은하게 여긴 동산 스님은 이 중에게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며 밥이나 축내지 말고 있는 그 자리에서 추위가 오면 추위와 철저히 하나가 되고 더위가 오면 더위와 철저히 하나라 될 수 있도록 수행에 힘쓰라고 했던 것이다. 참고로 선(禪)에서 자주 쓰고 있는 '살(殺)'이라는 말은 '죽인다'라는 뜻이 아니고 바라보는 사물(事物)이나 처한 상황(狀況)과 철저히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쓰고 있으니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이제 12월로 접어들어 또다시 추위가 몰려오는 때라 추위와 더위가 없는 무한서처(無寒署處)를 체득하라는 동산 스님의 이 화두는 더욱 실감 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골라 뽑아보았다. 자! 여러분! 부디 이 겨울 동안 '무한서처'라는 언구에 걸리지 말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무한처(無寒處)'를 여러분이 있는 그 자리에서 찾아 보시기 바란다.

내 손은 왜 부처님 손과 같은가? 〔我手何似佛手〕

이 화두는 무문 스님이 무문관 48칙을 설한 것에 대해 무량종수(無量宗壽) 스님이 후학을 위해 황룡혜남(黃龍慧南) 스님이 설한 황룡삼관(黃龍三關)에 친절하게 세 귀절씩 덧붙여 감사의 뜻으로 지은 게송이다. 황룡삼관 가운데 첫 번째인 이 화두에 종수 스님이 다음과 같이 세 귀절을 덧붙였다.

등 뒤의 베개를 손으로 더듬어 찾아내고

〔摸得枕頭背後〕

나도 모르게 크게 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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