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가사 자락을 휘날리며 발을 구르고 손바닥을 치면서 상대와 격렬하게 대론(對論)하는 승려들의 모습, 티베트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았을 광경이다. 고요하고 정적인 승가의 일반적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이 낯선 광경은 처음 보는 사람을 적잖이 당황시키기도 하지만 티베트 승가의 독특한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무리를 지어 대론하는 사미승들이 흥분하여 서로 밀치고 때로는 크게 떠들며 웃는 천진한 모습에서 자유분방함과 색다름을 느낄 수 있다.
드넓은 광장에서 수백 명의 승려가 대론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수많은 승려들이 토론을 벌이는 이 장소를 ‘최라(cho ra)’라고 하는데 법의 울타리라는 뜻이다. 이곳은 일반인들의 입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비밀스러운 그들의 고유한 전유물처럼 보이는 이것은 티베트 승가 전통만이 가지는 교육방식 가운데 하나이다.
티베트에서는 평균적으로 12-14세의 어린 나이에 출가를 한다. 물론 그중에는 사정에 따라 더 어린 나이에 사원으로 보내지는 경우도 있지만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 나이를 넘기지 않는다. 출가한 지역의 사원에서 때가 되면 학인으로 공부하기 위해 강원이 있는 다른 지역으로 유학을 강행한다. 교학을 철저하게 공부하는 티베트 전통은 겔룩파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이지만 닝마파나 싸꺄파, 꺄규파에서도 강원에서 오랜 기간 수학하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즉 승가제도에 있어 교학 교육에 10년 이상의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종파 모두의 공통적인 것이다. 근래에는 입학시험을 따로 치르지 않는 곳도 있지만, 이전에는 엄격한 입학시험을 치러 아무나 학인으로 공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의무교육처럼 모든 승려가 학인으로 강원에서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치러지는 논술, 구술, 암기시험 등을 통과해야만 다음 과정으로 진학할 수 있다. 강원의 교육은 엄정히 이루어진다.
여러 종파 가운데 가장 엄격하고 체계적인 겔룩파의 승가교육제도를 살펴보면 학인이 되어 교학을 공부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대략 17-18년 정도이다. 이러한 방식은 티베트 고유의 전통이라기보다 인도의 방식을 그대로 전승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티베트불교가 전래되는 역사적인 과정에서 산트락시타(Śāntaraksita 寂護 725-788), 까말라실라(Kamalaśīla 連花戒 740-795) 등 많은 인도 나란다의 고승들이 티베트로 건너와 교단을 세우고 승가제도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도 나란다의 승가제도가 그대로 이식되고 계승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의 근거는 교육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의 강원과 달리 티베트 강원에서는 경(經)을 바로 보지 않고 경을 해설한 논(論)을 중심으로 수학하는데 그것이 나란다의 방식이다. 부처님의 경장은 방대하기도 하거니와 그 법을 듣는 중생들의 성향과, 바램, 수준인 근기에 따른 대기설법(對機說法)으로 설해진 것이기 때문에 일부의 경전을 수학하는 것만으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나란다의 방식이란 부처님의 방대하고 심오한 가르침을 수학함에 있어 사자(師子) 전승된 논장(論藏)을 통해, 가르침의 전체적인 구도를 파악하고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교학을 배우는 것이다. 티베트 교학의 핵심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와 그에 해당하는 5부 경서를 배우는 것으로 인명(因明:논리학), 반야(般若), 중관(中觀), 아비달마(阿毘達磨), 율장(律藏)이 그 주제이며 『석량론』, 『현관장엄론』, 『중론』, 『아비달마구사론』, 『비나야경』이 해당 논서이다. 각 강원의 전통에 따라 각 과정의 수학 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기초논리학 2-3년, 반야 6-7년, 중관 3년, 구사 2년, 율장 4년을 배우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렇게 교학을 오랫동안 배우는 이 이유는 한 가지, 수행을 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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