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결전(黃山決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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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결전(黃山決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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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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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원효성사

신라의 오만 대군은 차례로 산성에 올라서 목을 축이고 가시 산 아래 황산벌을 향하여 내려갔다. 신라군의 반수는 황산벌에 포진하고 나머지 반수는 산성에 남아서 그날 밤을 지냈다.

신라군이 황산벌에 총집결한 것은 부여의 여러 절에 이변이 일어난 바로 그 날이었다. 사비성은 신라의 대군이 황산벌에 포진하였다는 소문이 돌자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또한 서쪽에서는 당군이 상륙하여 사비성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지 않는가? 그러나 의자왕은 아직도 주색에 빠져 눈이 어두웠다.

"그까짓 신라병이사 탄현을 넘었던들 무에 두려우랴? 저네들이 패주하여 탄현을 넘자면 톡톡히 혼이 나리라."

이렇게 허세만 부리는 것이었다.

"친위대장 계백은 아뢰오. 신라군이 탄현을 무사히 넘었으니 황산벌을 건너 사비성을 공략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옵니다. 만일 저네들이 사비성을 에워싼다면 무엇으로써 당적하겠사옵니까? 속히 계책을 세우소서."

아직도 간밤이 취기가 덜 깬 의자왕은 밤새껏 알몸으로 안고 잤던 세 미녀의 그 토실토실한 육체의 환상을 지울 수가 없었던지 눈을 지그시 감고 계백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이었다.

근래의 몇 달 동안 새로 뽑혀온 세 미녀는 본시 신라에서 잠입한 여자들로서 무녕 장군의 지시를 받고 왕궁에 들어와 젊고 싱싱한 몸을 왕에게 바쳐 의자왕을 완전히 사로잡고야 말았다.

이 세 미녀는 육체만 잘난 것이 아니라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며 가야금과 거문고의 명수요, 시서화(詩書畵)에 이르기까지 두루 능한 솜씨여서 호색한 의자왕의 눈에는 중생신(衆生身)을 가진 여자가 아니라 차라리 천상의 선녀요, 관음보살(觀音菩薩)의 화현이었다.

"너희는 정녕 범부 중생이 아니렸다?"

의자왕은 그녀들과 어울리면 곧잘 이렇게 칭찬하며 흠뻑 빠지기 일쑤였다. 계백의 성화 같은 재촉에 왕은 말했다.

"과인의 곁에는 계백 장군이 있지 않고? 장군이 있는 한 신라군이 오만이 아니라 십만이 일시에 몰려 온들 무에 겁날 것이 있으리오?"

왕은 친위대장군인 계백 장군만을 신임해 왔다. 싸움에만 나가면 언제나 승전보를 아뢰이곤 하여 왔으므로 계백 장군만은 굳게 신임하고 늘 곁에 두게 되었던 것이다.

"이번의 경우는 예전과는 다르옵니다. 첫째 나당연합군이 이십여 만이나 쳐들어 왔삽고, 신라측에서는 무열왕이 친림하였사오며 김유신 장군이 일대결정을 각오하고 독전하는 것을 봐서는 국가의 운명을 이번 싸움에 걸고 있음이 분명하옵니다."

"하기야 오만인지 십만인지 무열왕이 친히 이끌고 왔다 하니 방비는 튼튼히 하는 것이 좋겠구료. 지금 장군의 수하에는 군사가 얼마나 되오?"

"오합지졸을 제하고는 정병 오천이 있을 뿐이옵니다."

"다른 성에는 군사가 얼마나 있소?"

"모두 합하면 오만 명은 될 것이옵니다."

"그럼 그곳 군사를 불러서 대적하도록 하오."

"그곳 군사는 그곳대로 신라군과 팽팽히 맞서고 있사옵니다. 만일 각 성의 군사를 불러들인다면 대치하고 있는 신라군도 그만큼 뒤따라 쳐들어올 것이옵니다. 하오나 또한 철수하여 사비성까지 오도록 하자면 한 달의 시일이 요할 것이온데 적은 벌써 서해안에 상륙하여 성난 파도와 같이 밀려오고 있고 신라의 대군은 황산성을 굽어보고 있사옵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오?"

차츰 설명을 듣고 나니 사태의 심각함을 느낄 수 있게 된 의자왕은 내심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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