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사리불의 유골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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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사리불의 유골을 들고
  • 성재헌
  • 승인 2018.01.02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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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불의 주검 앞에서는 그분도 슬픔의 강물에 발이 젖고 말았다

진리眞理는 스스로 진리일 수 없다. 아무리 치밀하고 정확한 이론이라 해도 타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의 주장은 한낱 ‘허튼소리’로 전락하고 만다. 이는 부처님도 경험하셨던 바였다. 보리수 아래에서 완전한 깨달음을 얻고 나서 자신의 깨달음을 처음으로 피력했던 사람은 길에서 만난 나체수행자 우빠까였다. 

“벗이여, 나에게 번뇌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나와 같은 승리자는 세상에 없습니다. 나는 모든 사악한 세력에 대항하여 승리하였습니다. 벗이여, 내가 바로 승리자입니다.”

부처님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입을 삐죽거리는 우빠까의 냉소뿐이었다. 그래서 사람이 필요하다. 함께 공감하고 함께 실천할 사람이 있어야 ‘그의 주장’은 비로소 ‘모든 이들의 진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원대한 여정의 첫걸음을 떼게 된다.

사상思想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의 사상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사람이 아무리 많다 해도 그 사상에 바탕을 둔 ‘행동’을 함께하는 사람이 없으면 주변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사상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을 갖기 위해서는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의 숫자에 비례해 그 행동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다. 

이는 심리학자들이 흔히 거론하는 ‘광장실험’에서도 입증된 바이다. 드넓은 광장, 수많은 인파의 물결 속에서 한 사람이 발길을 멈추고 특정한 곳을 바라보며 손가락질하면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두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하면 몇몇이 웅성거리며 주목하기 시작하고, 세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하면 주변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그들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세 사람 이상이 되었을 때,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행동변화속도는 바이러스의 전파만큼이나 급속하게 진행된다. 그래서 집단이 필요하다.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그의 사상’은 비로소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2,500여 년의 장구한 세월을 건너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부처님의 사상이 탁월했던 까닭도 있겠지만 그분의 사상을 함께 공유하고 함께 행동한 집단, 즉 불교교단佛敎敎團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교교단의 교주는 물론 부처님이시다. 하지만 교단의 형성에 있어서만큼 사리불舍利弗의 공로를 빼놓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을 규합하고,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집단을 원활하게 통솔하고,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사상의 주창 외에 또 다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서 가장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던 인물이 사리불이다.  

사리불은 부처님에게 있어 최고의 조력자이자 대리인이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다음 해에 왕사성에서 부처님을 만난 이후로 새롭게 출가한 수많은 비구들을 교육시켰던 사람도 사리불이고, 사위성의 비구들이 패를 나눠 서로 다투는 모습에 신물이 나 부처님이 홀로 사라졌을 때 흩어진 비구들을 규합하여 상캇사로 부처님을 마중 나갔던 사람도 사리불이고, 수많은 이교도들의 비난과 공격에 맞서 치밀한 이론과 유려한 언변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사람도 사리불이고, 부처님 말년에 아사세왕의 후원을 등에 업은 제바달다가 교단을 분열시켰을 때에 그들의 소굴로 찾아가 250명의 비구를 다시 데려온 사람도 사리불이었다. 사리불이 없었다면, 혹 부처님의 가르침은 장구한 역사의 물결에 휩쓸려 ‘몇몇 이야기’나 ‘한때의 이야기’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소중한 제자가 당신보다 먼저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증일아함경』과 『현우경』 등에 수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여든의 나이를 바라보실 무렵이었다. 

비사리성의 망고 열매 동산에 머무시던 부처님께서 어느 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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