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村夫)의 피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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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村夫)의 피서법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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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샘 나의 피서법

'피서' 라는 말을 도회인들이 찜통더위와 시멘트 공간을 피해 며칠씩 휴가를 내어 초록의 산을 찾거나 파란 물의 바다등을 찾는 것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러하기에 지금껏 피서다운 피서를 한번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

특히 요즈음 국민들이 좀 살만 하니까 행여 앞집 뒷집에 질세라 있는돈, 흔한 차 온통 끌고 육체와 원색과 극대화된 욕망이 난무하는 바다로, 해수욕장으로 달려가는 것만을 피서의 지상목표로 사는 것을 볼 때마다, 또 그 탓에 전국의 고속도로가 막히고 피서지마다 온통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을 언론 등을 통해 접할 때마다 나는 오히려 피서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까지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소개하는 나의 피서법은 굳이 피서라는 말을 사용할 것도 없이 우리 농민들이 여름이면 으레껏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을 그대로 원용한 것인에 우선 그 한 가지를 적겠다.

도대체 앉아 있기만 해도 땀줄기가 등골을 타고 줄줄거리는 한낮이면 나는 마을 정자에 나간다. 수백 년을 자라온 크낙한 느티나무 그늘 아래 정자에 나가면 세상의 싱그런 바람이란 바람은 온통 정자로만 몰린다. 그리하여 정자 이름도 청풍정이다.

저기 뒷산 너머 어드메쯤에서 일어나 산봉우리 봉우리를 타고 넘어 솔향기를 가득 싣고, 이윽고 그 산의 자락에 하얀 꽃을 지천으로 밝힌 참깨밭을 쓸고 옥수수밭에서 수런거리다 곧바로 정자에 도착하여, 우리의 온몸에 척척 감겨드는 그 바람은 대개 논에서 방금 나온 사람들의 몸을 씻고 넋을 씻은 뒤, 계속 앞 들의 볏잎들을 온통 기쁨의 물결로 떨게 하니, 우리 농촌 사람치고 이 바람놔두고 어디로 피서를 떠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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