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밥·몸·마음 : 한국불자마라톤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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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밥·몸·마음 : 한국불자마라톤 동호회
  • 김우진
  • 승인 2017.06.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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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불자마라톤 동호회 : 달리는 것과 선은 같은 맛이다

[특집] 밥·몸·마음

밥·몸·마음. 불자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를 잘 다스려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불자들의 건강을 크게 신경 쓰셨습니다. 마음 수행과 몸의 건강을 함께 챙겨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부처님처럼 자기를 바로 보고 건강을 살피며 살면 몸도 튼튼해지고 마음도 단단해집니다. 불자가 건강하게 사는 법, 불교에서는 어떤 방법을 전하고 있을까요? 우리 불자들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면 될까요?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건강법을 행하는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건강 비법, 건강한 불자가 되는 법을 소개합니다.

01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건강법  / 이미령
02 부처님과 고승들의 식사법 / 유윤정
03 몸을 살피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내밀다 / 김우진
04 달리는 것과 선은 같은 맛이다 / 김우진
05 명상은 마음과 몸의 건강으로 연결된다 / 유윤정

한국불자마라톤 동호회 |

‘웰빙’, ‘몸짱’, ‘다이어트’ 등은 꾸준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말이다. 몸을 가꾸려는 사람들의 의지는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본질은 ‘건강함’이다. 건강한 신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 달리기. 달리기는 인류의 기원과 함께 시작되었다. 인간의 몸에서 털이 사라지고, 땀샘이 발달하며, 직립보행을 하는 것 모두 오래 달리기에 적합한 신체를 만들기 위함이다. 체코의 유명 마라토너는 이렇게 말했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며, 인간은 달린다.”

 

| 주선일미走禪一味

사찰과 달리기. 두 단어의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정적인 느낌의 사찰에서 동적인 마라톤이라니. 어색하다. 한국불자마라톤동호회(이하 한불마) 회원들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다. 불자로 사는 것과 달리기라는 취미가 하나로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2005년 당시 조계사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같은 불자들끼리 달린다는 게 좋았어요. 그때 참가한 사람들 중에 달리기를 좋아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그해 한국불교마라톤동호회를 결성했습니다.”

정해선(60) 회장이 한불마에 대해 소개했다. 한불마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퇴근 후 서울 남산에서 정기적으로 모인다. 꾸준히 달려야 몸과 마음이 나태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기모임 이외에도 회원들 개개인이 따로 연습한다. 정 회장은 “날이 좋을 때는 퇴근 후, 회사가 위치한 강남에서 집이 있는 마포구청역까지 뛰어와요.”라고 말했다. 달리기의 효과인지 평균 5·60대의 회원들 모두 나이보다 젊어 보이며 건강함이 드러났다. 각자 생활에서 필요에 맞게 운동량을 조절하며 심신을 단련한 덕분이다.

한불마는 창립 이후 다양한 마라톤 행사를 진행해왔다. 불자들에게 마라톤에 대해 알리며 불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사회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달리기 대회를 여는 사찰들도 생겼다. 한불마는 달리기가 잘 보급될 수 있도록 지방 대회에 가서도 분위기를 주도하며 불자들의 달리기를 도왔다. 2011년부터는 매년 ‘불교108울트라마라톤대회’를 주최해 일반 대중들에게 불교를 알리고 있다. 불교와 마라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양방향으로 홍보 중이다.

이들의 유니폼에는 주선일미라고 적혀 있다. ‘주선일미走禪一味, 달리는 것과 선은 같은 맛이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한불마 창립 때 휘호로 써준 말이다. ‘달린다는 것과 선은 같은 맛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달리기를 좋아하는 회원들을 더욱 신명나게 해주었다.

“달리기는 힘이나 기술보다 정신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생각 없이 호흡을 관찰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달리기를 잘하는 비결입니다.”

정 회장은 마음가짐이 잘못되면 몇 발자국만 뛰어도 힘이 든다고 말했다. 평소 많은 훈련을 하던 사람도 마음이 혼란스러워 집중이 흐트러지는 날에는 완주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지 몸이 보여준다는 뜻이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말이 있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늘을 나는 느낌이 드는데, 스스로가 달리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으며 저절로 다리가 움직이고 기쁜 마음이 든다고 한다. 선정 수행에서 환희심을 느끼는 것과 비견되기도 한다. 의학적으로는 운동의 강도가 높아지고 산소가 줄어들면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의 작용으로 러너스 하이 상태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더 욕심부리면 안 된다. 그 순간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숨이 목구멍을 긁으며 멈추라 한다. 욕심을 부리거나 스트레스 상태에 있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꾸준히 달려야 경험할 수 있다. 집착하면 또 느낄 수 없다.

“스님들도 선 수행하기 싫을 때가 있나요? 저희는 달리기 싫을 때가 있거든요. 쉬는 날이면 게을러져요. 마음속에서 가만 누워 있으라고 유혹합니다. 가끔은 그 유혹에 넘어가지만, 눈 딱 감고 얼른 뛰쳐나와요.”

정 회장은 주말에 30km를 뛰었다고 했다.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을 단련하기 위하여 집을 나섰다. 땀이 흘렀고, 개운했다. 바람이 상쾌했다.

 

한국불자마라톤 동호회 |

 

| 건강한 삶을 위하여

간혹 달리기를 즐기는 이들에게 “그렇게 뛰어대다가는 무릎 다 망가진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 회장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말한다. 무리하지 않고 오랜 기간 꾸준히 연습하면 무릎 연골 주변 근육들이 발달하여 관절을 지탱해준다. 사람의 몸은 생각보다 강해서 움직이려는 마음과 움직이는 행위가 지속해서 일어나면 더 건강한 몸을 만들고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무릎을 망치는 것은 준비되지 않은 동작과 과한 욕심이다.

전문가들은 건강을 지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달리기를 뽑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시간과 횟수, 올바른 자세를 유지한 달리기는 어떤 약보다 효과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밝혀진 연구에 의하면 달리기는 심폐지구력과 전신 근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뼈를 튼튼하게 해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성인병의 주원인인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여 당뇨나 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하기도한다. 또한 신경계를 자극하여 뇌의 움직임을 촉진해 두뇌 노화를 방지할 수 있고, 백혈구 수치를 늘려 면역력을 높이며, 우울증 감소에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불마 회원 중 한 명도 그 효과를 몸소 체험했다. 그는 후두암에 걸렸었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해 식사를 할 때도 조금씩 먹어야 했다. 하지만 꾸준히 달리기를 연습하며 건강한 사람들처럼 생활이 가능해졌다. 병세도 많이 호전되었다. 건강한 습관과 규칙적인 생활 덕분이다. 그는 달리기를 하면서 자신에게 맞게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신체를 단련해나갔다. 가장 뒤에서 달리면서 본인의 신체 리듬에 맞게 호흡하고, 자신을 속이지 않으며 게으름 피우지 않았다.

병이 나은 것은 어쩌면 기적이다. 하지만 그런 기적은 자신의 노력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오랜 시간 굳은 의지로 몸을 살피며 달렸다. 옆에서 지켜본 정 회장이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병에 걸려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힘들어합니다. 마음까지 병이 옮은 것이죠. 그분은 달리기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돌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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