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틀 속에 있는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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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틀 속에 있는 부처님
  • 관리자
  • 승인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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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나의 다짐

먼저 이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앉아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신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새벽 2시, 꽤 오랜만에 수틀 앞에 앉아 바늘을 잡고 내 본자세로 돌아왔나 봅니다. 생계의 전부인 자수를 오랫마에 다시 잡았으니 그동안의 저의 마음은 좌절과 의욕상실로 황폐해지고 지쳐 있었습니다. 평소에 그토록 믿고 의지하던 부처님 생각조차 나질 않았고 만사가 무의미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부처님을 가까이 하게 된 것은 첫딸의 백일 후였으니까 제 나이 32세 되던 해 겨울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불교라는 이름만 알았고 어쩌다 산사에 갈 기회가 있었어도 무엇 때문에 합장하는지 왜 절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시집간 언니 집에 놀러 갔다가 처음으로 카셋트에서 들려오는 염불소리를 들었으며 부처님 말씀이 수록된 불교서적을 받게 되었고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젖먹이 딸 하나를 키우고 있던 미혼모였습니다.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 기혼자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이미 딸애를 낳은 뒤였습니다. 그 후 혼자 애를 키우며 살아갈 결심을 했으나 젖먹이를 데리고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지요. 처녀시절 운영했던 수예점은 애 아빠 만나서 전부 스러져 버렸고, 친정식구들 뵈올 면목조차 없어 집에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었으니 제가 기댈 곳은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간신히 친정엄마에게 애를 부탁하고 지방으로 내려갔습니다. 버는 돈으로 운전이라도 배워 영업용 택시라도 해보겠다는 결심으로 애를 떼어놓고 무작정 떠났습니다. 먹고 자며 일할 수 있는 일이라면 두려울 것도 창피스러운 것도 없을 만큼 저는 이미 여자를 포기한 자세로 굳어져 있었습니다. 자존심 따위? 그까짓것 모두 버릴 수 있었지만 젖먹이를 떼어놓은 고통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찾은 것이 가방 속에 넣고 떠났던 불서였고 괴로울 때마다 천수경을 외웠으며 부처님께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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