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거짓말쨍이다. 나한테 쏙지 마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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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거짓말쨍이다. 나한테 쏙지 마레이
  • 관리자
  • 승인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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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2, 성철(性徹) 스님

낭화(浪花)

지난 호에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겠다. 지난 호(58쪽)에 '도우 스님 솜씨의 음식 맛을 보는' 이라고 한 대목은 사실은 '도우 스님 솜씨의 낭화(浪花)를 해 먹고'였는데 활자 교정을 하는 과정에서 그와 같이 바뀐 것 같아서 이를 지적하고, 또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낭화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할까 한다.

낭화(浪花)라고 하는 말은 본래 바다에 파도가 부딪쳐서 일어나는 하얀 포말(泡沫)을 뜻한다. 그러나 절에서는 올이 굵은 밀국수를 말한다. 밀가루 반죽을 목판 위에 올려놓고 방망이로 밀어서 펼 때, 생기는 굴곡을 바다에 이는 파도를 연상하면서 부쳐진 이름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그다지 귀하게 여기지 않는 밀국수에게 이 같은 이름을 주어서 저 큰 바다를 연상하면서 즐기는 옛 스님들의 멋을 엿볼 수 있다.

절에서 낭화를 할 때는 흔히 버섯을 들기름이나 콩기름에 볶아서 삶은 국물에 국수를 끓이고, 버섯은 건져서 채 썰어 고명으로 얹으며 애호박을 채 썰어 볶아서 고명으로 함께 얹기도 한다. 버섯은 대개가 송이나 표고버섯이다. 그러니 그 맛이야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더군다나 특별한 별식(別食)이 없는 선방(禪房)에서는 이 낭화가 유일한 별식이라 할 음식이다. 때문에 선방스님들은 유달리 이 낭화를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낭화를 보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좋아한다. 그래서 낭화를 승소(僧笑)라고도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예를 들면 메밀이 흔한 강원도 건봉사 같은 절에서는 메밀국수를 승소라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옛날의 스님들은 이 낭화를 그만큼 좋아했다. 심지어는 국수를 싫어하면 중노릇을 할 수 없다 하고 '참 중'이 아니라는 말까지 있으니 스님들이 낭화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지금부터 한 20여 년 전 일이다. 역경원에서 용어심의위원회를 봉은사에서 열었을 때였다. 우연히 낭화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 운허 스님이 이희승 선생에게 이희승 선생의 국어사전에 '낭화'는 항목으로 잡혀 있으나 '승소'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이 때, 이희승 선생도 밀국수를 낭화라고 부르는 스님들의 멋에 감탄한다 하며, 기회가 닿으면 '승소'를 항목으로 잡겠다 하였으나 아직 실현이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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