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淸華) 스님과 태안사(泰安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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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淸華) 스님과 태안사(泰安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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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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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덕 칼럼

동안거(冬安居)가 해제된 날 제주도에 내려와 가족과 2주일을 지낸 후 다시 태안사로 돌아왔다. 태안사에서는 지금 예수재(豫修齋) 불사가 진행중이라 기도에 동참하기 위해서이다.

예수재에 대해서 나는 이번에 처음 참가하는 터라 종래에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글자 해석 그대로라면 '미리 닦는다'는 뜻이니 우리가 살아 생전에 미리 자기 업장(業障)을 소멸시키기 위해 닦는다는 뜻일 것이다. 즉 우리가 죽으면 49일 동안 중음신(中陰身) 기간에 있는데, 그때 유족들이 사십구재(齋)를 지내면서 고인의 업장소멸을 기도하는 것을, 본인 살아있는 동안에 미리 닦는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예수재도 49일 동안이리라.

이 말 뒤에는 우리가 죽은 후에는 반드시 자기 업장 따라서, 악업(惡業)을 지었으면 지옥·아귀·축생 삼악도(三惡途)에 떨어지고 선업(善業)을 지었으면 아수라·인간·천상 세 곳에 태어난다는 육도윤회(六道輪廻)의 불교 사후관(死後觀)이 뒷받침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가 참선공부를 하는 것도 자기 성품을 청정히 닦아서 성불(成佛)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미가 있는 동시에 과거 무시 이래로 쌓인 숙세 업장을 소멸시키고자 하는 간절한 소원도 함께 있는 것이다. 앞날을 얼마 기약할 수 없는 노인인 경우 자기 사후의 일이 어찌 절박하지 않겠는가.

이번 겨울에 안거를 함께 한 40대, 50대 젊은 도반들이 이번 예수재에 동참하여 하루 천 배(拜) 기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부럽기도 하고, 이 나이 되도록 이 일에 무관심했던 자신의 덩둘함에 대해서 부끄럽기도 하다.

오늘(3월 5일) 태안사 정기법회에서 청화(淸華) 큰스님의 법문이 있으셨다. 예수재 기간 중이라 그 말씀도 계셨지만 오늘은 연래로 조성 중이던 천불전(千佛殿) 부처님의 점안식(點眼式)이 거행되었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우리들 청중의 가슴을 울린 것은 큰스님이 이번 예수재 불사가 끝나는 날(3월 26일) 태안사를 아주 떠나신다는 말씀이 있으셨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칠순이 훨씬 넘으신 노령에 이제 다시 3년 결제(結制)를 결심하시고 홀로 손수 끓여 자시는 토굴생활을 하실 것을 생각하니 청중은 형언키 어려운 감동으로 눈물을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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