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생명으로 온 것은 너 나 할 것 없이 한번은 거쳐야 하는 길인데도, 동물이나 사람이나 병들고 늙는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프고 가슴 아픈 일이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우리 집 앞에는 버려진 개들이 많았다. 팔팔할 땐 주인의 사랑을 한껏 받았을 법한 가엾은 녀석들이었다. 어떤 녀석은 늙어서 걷지도 못하고, 또 어떤 녀석은 병이 들어 눈꼽이 끼고, 온 몸이 짓무른 녀석도 있었다. 낯선 곳에 버려져 배고픔과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녀석들을 하나둘 거두다 보니 우리 집은 개들 천국이 되었다. 그 녀석들을 기르면서 참으로 놀라웠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 하셨는데, 정말 그랬다. 사람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었고, 몸짓으로 자신의 뜻을 전달하였다.
그래서 곧 죽을 것 같은 녀석한테는, “미안하구나. 너를 사랑한다. 너를 버린 주인에게 배신감도 없잖아 있겠지만 이것도 다 전생의 네 인과요, 업이란다. 부디 원한의 마음 놓아버리고 다음 세상엔 사람의 몸 받고 부처님 법 만나 성불하거라. 그리해야만 취하고 버리는 이 서글픈 일이 끝날 것이다. 네 몸은 양지 바른 곳에 묻어줄게.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 다시 환생할 것이니 이 세상의 모든 미련 놓아버리고 정신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어서 떠나가거라.”
이렇게 서너 번 반복해서 얘기해 주면 그 아이들은 얼마쯤 있다가 바로 고요히 떠나간다. 훈훈한 온기가 남아 숨은 분명히 끊어졌는데도 시신은 뻣뻣하지 않아 묻을 때도 힘이 안 듣다. 나는 개들을 그렇게 거두면서 모든 일에는 책임이 분명히 따라야 한다는 것을, 병들고 늙은 동물이라 하여 무책임하게 버리지 말기를 기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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