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종주(涅槃宗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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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종주(涅槃宗主)
  • 관리자
  • 승인 200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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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원효성사

고국에 있을 적에 국왕이 오두미교를 믿어 국정을 불고(不顧) 함을 보고 나라의 장래를 위해 여러 차례 충간하였던 소문은 신라에도 익히 들려왔던 것이다.

충신인 보덕 화상이 만일 백제에 힘을 기울인다면 신라로서는 백제를 병탄할 기회를 얻기 어렵거나 또는 백제의 국력이 강화되면 그만큼 신라로서는 힘이 더 들 것이었다.

"그런데 소승이 뵈옵게 된 것은 우리 배달민족이 삼국으로 나뉘어져서 서로 영토를 넓히겠다고 싸움질만 하니 백성들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이 비참하기만 합니다.

이런 때, 우리 승려들이 앞장서서 동족간의 싸움을 말리든지 아주 한 덩어리로 만들든지 하여 평화로운 불국토를 건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만 된다면 작히나 좋겠습니까?"

"그래서 소승에게 명하여 신라의 대표적인 큰스님이신 원효 스님을 뵈옵고 상의하고 오라 신 분부를 내리셨기에 이렇게 뵈옵게 된 것입니다."

"아, 예에―."

"큰스님께서 좋은 방안을 강구해 주십시오."

"예에…."

원효는 대답은 건성으로 하되 마음은 이미 보덕 화상에게 있었다.

확실히 보덕 화상은 훌륭한 지도자임이 틀림없다. 화상의 생각은 완전히 원효 자신의 주장과 일치한다.

배달민족은 서로 물고 뜯고 하다가는 당나라에 송두리째 먹히고 말 것이다?

중국은 수나라 이후로 전 국토를 완전히 통일하여 천하를 호령하는 막강한 국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어찌하여 통일을 하지 못하고 동족끼리 싸우고만 있는가? 다소 희생을 치르더라도 통일할 수 있으면 하루 속히 통일하는 것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현명한 길일 것이다.

원효는 문득 보덕 화상을 보고 싶어졌다. 계육의 설명을 자세히 들으니 더 간절히 뵈옵고 싶어진 것이다.

화상을 찾아보면 우리 민족의 통일에 관하여도 좋은 조언을 받을 것만 같고 설혹 신라를 위해 힘이 되어주지는 않을지라도 상대국인 백제를 위해 나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큰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갑자기 뵈옵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그려."

"소승의 스님께서도 원효 스님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하셨습니다. 서로 만나시면 여러 가지 얘기가 많으실 것입니다."

"소승은 먼저 열반경을 배우고 싶습니다만."

"저의 스님 문하에 오백 여명의 제자가 있었고 그 중에서 다소 낫다는 제자로 열한 사람을 손으로 헤었습니다만 모두가 스승님의 마음에 흡족한 제자는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매양 스님께서는, '누가 있어 내 법을 전수할꼬?'하고, 탄식하시곤 하셨습니다. 큰스님께서 만일 저의 스님을 만나시게 된다면 그 어떤 경우보다도 가장 기뻐하실 것입니다."

계육의 이 말을 말한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보덕 화상은 불법을 전수하기 위해 훌륭한 인재를 널리 찾고 구하는 위대한 선지식(善知識)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의 말이 거짓이나 과장된 표현이라면 아마 원효를 납치하기 위한 위계가 내포되어 있을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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