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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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소
  • 관리자
  • 승인 2007.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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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봄햇살이 마음처럼 환한 빛을 띄고 있었다. 장소는  충무 장승포 조그만 말사에서 박장대소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주지스님은 생전예수재일로 신도들에게 연락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한켠에는 객승으로 있는 태공 스님이 눈을 반개(半開)한 모습으로 가부좌를 튼 채 밖의 분주함에 끄달리지 않고 고요히 일좌(一坐)하고 있었다. 마당에서 브레이크 걸리는 소리가 들리더니만 장구, 북, 징을 가지고 온 범패스님들이 봄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띠우며 대중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생전예수재는 살아서 공덕을 쌓는 의식이다.

 바람이 적삼처럼 소리없이 움직여 하얀색 진달래를 감싸안고 있었다.

생활고에 찌든 보살들은 호두같이 생긴 굵직한 손으로 과일들을 씻고 있었다. 맑은 물에 씻겨지는 일과(一果)의 모습에 빛이 반사되어 영롱한 빛줄기를 뿜고 있었다.

 샤갈의 그림처럼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조그만 행복에 가슴을 조이는 사람들, 먼 시선 밖으로 출렁이는 바다의 끝없는 수평선….

 미역을 건지는 아낙의 손에는 법성광명(法性光明)의 불가사의가 스며들어 빠른 손놀림에서 비로자나 부처님의 생명력이 숨을 쉬고 있었다.

 철썩이는 바다의 웅대한 모습….

 그앞에 네 개의 점들이 과일을 씻고, 쌀을 씻고, 어느 한 점은 북줄을 다듬고 있었다.

 주지스님은 아직도 법회에 게으름 피우는 신도들을 일깨우느라 전화통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지리산으로 산삼을 캐러 갔다온 법전 스님은 피곤에 지쳐 졸고 있었다. 마흔이 넘어 오십줄에 이른 스님은 백일기도로 캔산삼을 수단이 없어 나에게 부탁하고 있던 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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