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가운데 선명하게 각인된 하나의 영상이 있다. 맑은 햇살로 충일했던 가을 뜨락 은빛으로 찬란히 빛나며 생명의 율동으로 춤추던 고추잠자리떼 그러나 뜨락 한 구석에는 음모처럼 거미줄이 숨어 있었고 아, 거기엔 한 마리의 잠자리가 매달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서서히 죽어가는 생명의 탈색 (脫色).
도시에서의 삶은 마치 거미줄에 걸려 죽어가는 잠자리의 모습 그것과 같은 것이었다. 도시의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무기력환자처럼 기괴하고 왜소했다. 그곳에서의 햇살과 바람은 더 이상 그것 본래의 빛과 향기가 아니었으며, 숱한 소음은 불협화음으로 인간영혼의 내밀한 소리를 뒤덮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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