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아트페어, 禪風을 일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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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 아트페어, 禪風을 일으키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5.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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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와 禪

‘당신의 정신적 가치는 얼마인가’라는 물음에 작가들은 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미술의 가치가 재현적(표현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부분으로 전환된 이후 작가들은 정신성을 표현하기 위하여 고민한다. 많은 작가들이 선禪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철학적 담론을 거론하며 논리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경험한 중견의 작가들은 감성적, 내면적, 직관적, 개인적인 사유의 방식을 찾는다. 자연이나 대상을 보는 인식의 변화 없이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자연을 관조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인식의 전환은 본질적인 접근에서 시작이 된다. 자연의 변화와 순리를 이해하는 것에서, 그 이치와 원리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요즘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과 반응을 받고 있는 한국의 단색화들도 이러한 정신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단색화의 커다란 흐름을 만드는 데 일조한 박서보(1931~)는 자신의 작업은 반복되는 염불과 같다고 했다. 수행자가 염불을 통하여 일심一心의 경지를 체험하듯 작가 또한 순일한 마음으로 같은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마음의 변화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반복되는 가운데 변화되는 이치를 통하여 순간순간 변화하는 생각의 관점들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다. 

이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에서 나타나는 반복의 의미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니멀리즘 작가인 도널드 저드Donald Judd는 그의 저서 『특정한 물체Specific Objects』(1965)에서 물리적이고 현상적인 경험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물체나 행위가 동일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도 높이와 길이의 변화를 주고 설치를 하면 전혀 다른 현상들이 일어나는데 이를 통하여 관념적 사고의 한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단색화는 서구적 미니멀리즘이 물리적인 극단주의, 절제주의로 가는 것에서 벗어나 선적 요소와 결합하여 독창적인 패러다임을 형성하게 된다. 반복되는 행위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새로운 질서와 형상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조형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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