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내리고, 깨달음의 열매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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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고, 깨달음의 열매 맺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12.3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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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통도사 자비수참기도

“좋은 과보를 얻으려 하면 죄악의 꽃이 떨어져야 하리니. 바라옵건대 크신 자비로 영험을 드리우소서.” 『자비수참』 ‘입참예문’이다. 참회는 모든 수행의 터전이 된다. 모래 위에 집을 지을 수 없듯, 수행에는 공덕을 받칠 넓고 단단한 토대가 필요하다. 진실한 참회일수록 좋은 그릇을 만든다. 『자비수참』을 현대어로 새로이 지은 자운 스님은 이와 같이 말했다. “허물을 뉘우치되 계율을 스승 삼아 앞으로 지을 허물을 경계하여 짓지 않는 지혜인知慧人이 되어야 한다.” 2014년을 보내며 통도사 자비수참기도 현장에서 참회로써 깨지지 않는 수행의 그릇을 빚는 이들을 만났다. 

| 삼매의 물, 원업冤業을 맑히다

중국 당나라 말기에 지현知玄이라는 어진 스님이 있었다. 한 노스님이 문둥병에 걸려 모두가 외면하는데 지현 스님만은 백방으로 약을 찾고 지극정성 간호했다. 노스님이 석 달 만에 쾌유한 뒤 지현 스님에게 훗날 어려움을 당하거든 다롱산多隴山으로 오라 했다. 계행이 청정하고 정혜定慧를 두루 닦아 오달悟達이라는 국사의 칭호를 받은 지현 스님은 황제가 선물한 호화로운 법상에 오른 뒤로 무릎에 커다란 종기가 생겼다. 괴이하게도 눈, 코, 입, 이가 분명하며 사람처럼 먹고 말하는 인면창人面瘡이었다. 지현 스님은 고통을 견딜 수 없어 국사의 자리를 버리고 다롱산을 찾아갔다. 다시 만난 노스님의 조언대로 바위 밑 샘물에 몸을 씻으려는 찰나, 인면창이 크게 외쳤다.

“전생에 나는 당신의 모함으로 원통한 죽임을 당하여 여러 생을 두고 앙갚음할 날만을 기다려왔소. 그동안 계행이 청정하여 때를 도모하지 못하다가 때마침 임금의 총애를 받아 사치하고 명예를 탐하니 마땅히 그 틈을 노린 것이오. 한데 가낙가 존자가 삼매의 물로 원한을 씻어주시니 다시는 당신을 원수로 여기지 않겠소.”

곧바로 샘물을 움키어 끼얹고 타는 듯한 통증에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니 인면창은 흔적이 없고 노스님 또한 자취가 없었다. 이에 스님은 범부의 힘으로는 숙세의 원결怨結을 풀 수 없음을 통감하고 자비참법을 지어 조석으로 예배했다. 삼매의 물로 원한을 씻었다 하여 『수참운水懺雲』이라 했다가 후일에 『자비수참慈悲水懺』이라 전하게 되었다.

11월의 자비수참 월례기도가 봉행되는 통도사로 떠난 날, 하늘은 맑고 바람은 잔잔했다. 통도사에는 성보박물관부터 금강계단까지 대가람 곳곳에 주말 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불과 하루 전 서울에서 갑작스런 추위에 움츠렸던 어깨가 남녘의 산사에 들어 지긋이 풀어지고 호흡이 이완되었다. 참배객들의 표정도 면면이 밝았다. 

오후 4시 반, 설선당에는 70여 명 동참자들이 기도 입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지런한 좌복 위 『자비수참』을 펼쳐드니 지현 스님의 옛 일화와 편찬연유를 서문으로 설해 놓았다. 명명백백한 인과와 수승한 삼매의 힘을 새삼 확인하며 읽어 내려가던 중 인례 법사인 교무과장 정진 스님의 목탁소리에 기도가 시작되었다. 일체의 죄상을 고하고 낱낱이 참회하는 내용의 상권・중권・하권을 독송하기 전에 먼저 시방법계 제불보살을 찬탄하고 예경하는 가운데 청정수를 받드는 거향수찬擧香水讚과 신묘장구대다라니 21독이 이어졌다. 우리말 번역본에 운율을 주어 합송하는 방식이었다. 목탁은 대중을 향하고 대중은 목탁을 향하여 맞추어 가는 소리가 조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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