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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없는 방에서 마음의 문을 찾다금강 스님의 7박 8일 무문관 수행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11.04 11:36
  • 호수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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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로 들어가는 1.5평 독방. 깨치지 못한다면 문 밖에 나서지 않으리라, 푸른 수의를 입고 자물쇠를 건 방 안에 자리를 튼 사람들. 오직 고요뿐이다. 바깥으로 치달았던 마음은 어느덧 안으로 향한다. 나를 가둔 것은 벽인가, 번뇌인가. 진검 승부다. 끝없이 밀고 들어오는 시비분별을 화두일념으로 쳐내고 또 쳐낸다. “고삐 끝을 꼭 잡고 한바탕 일을 치루라.” 황벽의 옛 선시禪詩가 되살아난다. 홍천수련원 ‘내 안의 감옥’에서 연 2회 진행되는 금강 스님(해남 미황사 주지)의 ‘7박 8일 무문관 수행’ 현장이다. 

| 남전 스님이 목을 벤 고양이를 살려라
문은 밖에서 잠그도록 설계되었다. 방문에는 작은 공양구供養口가 있을 뿐, 문은 벽이나 다름없었다. 육중한 철문으로 된 건물입구에서부터 세밀한 구조까지, 잘 지은 교도소의 독방을 연상케 했다. 건물은 적막했다. 인기척이 없었으나 모두 각자의 방에서 수행 중이라고 했다. 
방문을 여니 변기와 간이세면대, 시원한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창밖으로는 청명한 하늘이 열려 있었다. 쾌적한 공간이었다. 잠시 후, 방 안에 설치된 스피커로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은 아주 밝은 날입니다.” 오전 10시, 방송강의 시간이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텅 빈 방에 금강 스님의 목소리가 가득 채워졌다. 스님은 무문혜개 스님의 공안公案 해설집 『무문관』을 찬찬히 풀이해 나갔다. 시작은 스님의 출가 이야기였다.
“열일곱 살에 처음 절에 들어가서 은사스님을 뵈러 갔어요. 방에는 그림이 하나 걸려 있고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어요. 한 눈은 감고 한 눈은 뜨고 있었습니다. 꼬리는 길게 늘어져 있었지요. ‘스님, 이 고양이는 무슨 고양이인가요?’ 물었더니 ‘응, 옛날에 남전 스님은 이 고양이를 죽였단다. 네가 한 번 살려 봐라.’ 하셨습니다. 이것이 저의 첫 화두입니다.”
‘남전참묘南泉斬貓’ 공안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렇다. 동쪽 선방과 서쪽 선방 스님들 사이에 고양이 한 마리를 두고 시비가 벌어졌다. 이에 남전 스님이 고양이 목을 치켜들고 “대중들이여, 한 마디 이르라. 만약 이르지 못하면 고양이 목을 베리라.” 했다. 아무런 대꾸가 없는 것을 보고 남전 스님은 가차 없이 고양이 목을 베었다. 밤늦게 조주 스님이 외출했다 돌아오자 남전 스님이 낮의 일을 말했다. 조주 스님은 말없이 신발을 벗어 머리 위에 이고 나갔다. “만약 네가 있었더라면 고양이 새끼를 구했을 텐데.” 남전 스님이 중얼거렸다.
선사의 과격過激은 상식과 윤리를 뛰어넘는다. 고양이 목을 베거나 항아리를 깨기도 하고, 주장자로 몽둥이찜질을 하는 것은 부지기수다. 제자들의 분별의식을 뿌리 뽑기 위함이다. 그래서 이 무자비는 가없는 자비다. 금강 스님이 남전 스님과 조주 스님의 심중을 읽어내려 갔다. 
“시비에 집착해서 깨달음과 자비의 염원은 온데간데없는 것을 보며 아마 남전 스님은 참담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지독한 분별을 남김없이 끊게 하려던 것이지요. 그럼 조주 스님은 왜 신발을 머리에 얹었을까요? 그것마저도 초월해야 할 일이라는 뜻이겠지요. 무문 스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그때 조주 선사가 거꾸로 한 마디 일러보시라 칼을 빼들고 물었다면 남전 선사, 목숨을 구걸했으리라.’ 이 또한 모르는 소리입니다. 만약이라고 하는 것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바로 남전 선사의 목에 칼을 대고 ‘일러보라!’ 해야 될 판입니다. 귀하고 귀한 시간입니다. 고양이의 목을 살리려면 과연 어찌해야 되는가. 지금, 여러분의 답을 찾으십시오.”
남전에서 조주로, 무문에서 금강으로 칼자루는 차례차례 옮겨졌고 금강 스님은 담담한 어조로 칼자루를 건네고 있다. 어찌 할 것인가? 할(크게 소리침)도 방(방망이질)도 없었지만 바짝 고삐를 조이고 화두를 참구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묵직한 채근이었다. 죽비소리와 함께 좌선이 이어졌다. 수련원은 다시 깊은 침묵에 잠겨들었다.

| 내면을 향한 절대공간, 무문관의 하루
무문관 수행의 전통은 달마 대사의 9년 벽관壁觀으로 거슬러 오른다. 선불교의 전통에서 눕지 않는 ‘장좌불와’, 자지 않는 ‘용맹정진’과 함께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년 이상 독방에서 정진하는 ‘무문관’은 여러 고승들에 의해 전승되어 왔다. 1964년 도봉산 천축사에 무문관이라는 이름으로 참선수행도량이 건립되면서 무문관이 보통명사화 되었다. 1979년 이곳이 문을 닫은 뒤 1993년 계룡산 대자암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제주 남국선원(1994년), 인제 백담사 무금선원(1998년), 강진 백련사 만덕선원(2002년), 양산 조계암(2004년), 감포 한국불교대학 무일선원(2005년) 등이 출가 수행자를 위한 무문관이다. 
금강 스님의 7박 8일 무문관은 재가자를 위해 고안된 최초의 단기 무문관이다. 외부와 단절된 1.5평 독방은 생명활동을 위한 최소공간이자, 화두 참구의 절대공간이었다. 다소 좁은 듯했던 공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알맞은 옷을 입은 듯 편안했다. 좌선 후 점심공양이 이어졌다. 점심공양은 도시락으로 제공된다. 방에서 조용히 공양을 한 다음, 그릇은 공양구를 통해 내놓는다. 이후 3시까지는 자율 정진이다. 무문관의 하루는 완벽한 휴식도 가행정진도 오로지 선택에 맡겨져 있다. 처음 2~3일 간 푹 쉬며 심신을 회복한 후 본격적으로 화두를 드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무문관 4일째.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깨어있는 시간을 오롯이 좌복 위에서 보내고 있다. 
“일상생활의 모든 활동은 밖으로 향해 있어요. 밖의 사물들을 바라보고 소리와 냄새, 촉감을 감지합니다. 또한 바깥을 향해 남과 비교하며 나를 알아달라는 몸짓을 보내지요. 폐관한다는 것은 모든 에너지를 안으로 향하게 합니다. 수행하면 할수록 에너지가 상승되지요. 이 시대의 진짜 수행은 세상에 나와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합니다. 삶에 지쳐 수행의 욕구가 커져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이지만 전환도 훨씬 빨라요.”
줄탁동시啐啄同時. 짧은 기간에 화두를 타파할 수 있도록 돕는 금강 스님의 배려는 일정 곳곳에 들어 있었다. 아침 6시 기상 후 방송으로 죽비를 치며 108배를 함께 한다. 보이지 않지만 혼자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이어지는 좌선시간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선정의 힘을 더해준다. 화두 의심을 자극하는 『무문관』 방송강의는 은산철벽銀山鐵壁을 뚫고 나갈 힘을 불어넣는다. 덕분에 성성한 수행의 열기로 좌우의 벽이 사라진 듯 느껴질 정도다. 
무문관이라 해서 7박 8일 내내 잠겨 있는 것은 아니다. 오후 3시. 하루에 한 번 무문관의 빗장이 풀리는 시각이다. 3시간의 자유가 허락되고 이때 초심자를 위한 강의와 개별면담이 진행된다. 물론 방을 나오지 않고 정진하는 사람도 절반 이상이다. 구참자들이다. 지난해 미황사 ‘참사람의 향기’에 참가했다가 삶의 변화와 행복을 경험한 윤근자(61세, 울산 울주군) 씨는 스스로를 초심자와 구참자의 중간쯤으로 봤다. 
“참선 수행을 한 뒤로 관계에 집착하던 것이 차츰 떨어져 나갔어요. 좀 더 강하게 밀어 부쳐보려고 무문관에 들어왔지요. 처음 며칠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버거웠지만 이틀을 지내고 난 뒤에는 정진이 안착되고 있어요. 혼자 있지만 여럿이 같이 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혼자 하는 수행과 함께 하는 수행의 장점을 둘 다 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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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두, 문 없는 문을 여는 열쇠
초심자를 위한 참선 강의는 간단한 점검으로 시작됐다. 첫 번째 참가자는 무문관을 경험한 구참자였다. “보살님, 화두가 잘 들립니까?” “힘듭니다.” “편안하게 하세요. 화두는 완만하게 천천히 들 수도 있고 짧은 기간에 굉장히 강력하게 할 수도 있어요. 사람에 따라서는 강력하게 들었다가 어느 순간부터 편안하게 드는 방법도 있어요. 예전에 강력하게 한 번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편안하게 하면 돼요.” 유경험자이지만 화두 고삐를 느슨하게 푸는 방법을 조언했다.
두 번째 참가자. “화두를 찾았어요? 의문이 아직 안 생기나요?” “자꾸 놓쳐요. 크나큰 의문이 안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 경우엔 나는 왜 큰 의문이 안 들지, 왜 자꾸 놓치지, 이런 생각이 방해를 해요. 급한 마음이 화두보다 앞서 나가서 나를 괴롭히게 되지요. 화두를 들었다가 놓치면 다시 들면 돼요. 귀한 시간 냈으니 좀 더 깊게 들어 봐야겠다, 북돋는 마음을 내세요.” 나를 괴롭히는 것과 북돋는 마음 씀의 차이가 분명해졌다.
또 다른 참가자가 질문했다. 오래전에 정리된 줄 알았던 상처나 기억들이 불쑥불쑥 올라와 놀랐다는 얘기였다. 
“무의식의 창고에는 까마득히 잊었던 것들이 저장되어 있어요. 일상에서 이 무의식들이 먼저 작용합니다. 얼마나 현재의 생각을 방해하는지 끔찍할 정도예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건 지금 영향을 주지 않으면 그건 없는 것이죠. 지금 현재에 생생하게 작용을 일으키고 있으니 문제예요. 이것을 제거할 수는 없어요. 단단하게 낀 구름을 한 겹 한 겹 벗겨내는 걸로는 안돼요. 무한정이기 때문에. 구름은 그냥 놔두세요. 화두를 알고 싶다, 진짜로 이걸 알고 싶다는 의심덩어리로 강력한 무기 하나 만들어서 뚫고 올라가 버리는 겁니다. 밝은 빛을 만나 그 자리에서 보면 구름은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무문관無門觀. 문 없는 방에 앉아 마음의 문을 찾는 일. 그러나 실상은 문 아닌 곳이 없다. 빛을 만나 빛의 자리에서 바라보면 온통 빛으로 가득한 일. 오후 6시. 다시 무문관의 문이 닫힌다. 아침 6시까지, 휴식도 정진도 자유다. 참선수행자들이 궁극의 자유를 위해 어둑해진 방안에서 고삐 끝을 움켜쥔다. 남전 스님의 고양이, 어떻게 살릴 것인가?


수행 에너지를 증폭하는 무문관의 화두 수행
7박 8일 무문관 수행 지도 금강 스님(미황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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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문관 수행 이전부터 미황사의 7박 8일 참선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를 10년째 이끌어 오셨습니다. 화두 수행의 장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째,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화두 수행을 점검할 때 선문답을 하지요. 거기에는 분별이 끼어있지 않아요. 생각하기 이전, 말하기 이전, 분별의식을 떠난 깨달음의 마음상태에서 나오는 문답입니다. 화두를 들게 되면 자연적으로 그 자리로 데려다 줍니다. 둘째, 굉장히 체계적입니다. 화두를 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마음챙김이 돼요. 위빠사나지요. 깊은 잠 속에서도 화두가 생생히 들리면 이것이 삼매, 즉 사마디예요. 위빠사나와 사마디를 함께 닦는 겁니다. 셋째, 집중력이 달라집니다. 화두 수행을 하면 밖으로 분산되던 에너지를 안으로 집중하는 힘이 강해집니다. 일상생활에서 이것이 발휘되어 하루에 열 가지 일을 해도 집중할 수가 있어요. 에너지가 분산되어 있었다면 무문관 수행을 통해 강렬한 변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 교도소라는 공간 형태가 무척 독특합니다. 이곳에서 무문관 수행을 열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수련원 대표인 연극인 노지향 씨가 미황사 ‘참사람의 향기’ 출신입니다. 처음에 이곳 수련원을 구상할 때 무문관이라는 개념과 인도 ‘고엔까 위빠사나 센터’ 이야기를 조언했어요. 고엔까라는 분이 10일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교도소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고 세계적으로 보급이 됐습니다. 그만큼 교도소라는 형태에서 수행의 에너지를 증폭할 수 있다는 것이죠. 좁은 공간에서 강한 전환을 끌어내는 겁니다. 또한 이곳이 이상적인 교도소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도소가 범죄자를 억류하는 곳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전환해서 한국사회를 바꿀 사람들을 배출하는 공간이 되도록 모델을 만들고 싶었지요. 석가모니 부처님이 승가의 이상적인 모델을 만드셨던 것처럼 교도소 또한 그런 모델이 필요합니다. 미황사를 산중사찰 모델로 만들려는 노력 다음으로, 이것이 지금 저의 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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