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의 가슴 절절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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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새벽의 가슴 절절한 감동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6.0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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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마주한 불교문화 | 청도 운문사 새벽예불

| 물 흐르듯 이어지는 의례들
사찰의례의 가장 큰 특징은 하루의 시작과 끝, 사람의 일생을 모두 보듬어 안을 수 있을 만큼 다채롭다는 사실이다. 특히 1,700년이라는 시간을 흘러오며 우리 민족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이를 낳기 위해 ‘기자불공’을 올리고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발원하는 ‘안태불공’을 드리기도 했다. 부모의 간절한 기도를 받아먹고 태어난 아이가 선업을 짓고 정각을 이루기 위한 모든 의식과 의례들이 불교의 사찰의례에 포함된다.
그러나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세차게 흔들리던 지난 근현대사를 보내며 불교의 사찰의례는 점차 한민족의 생활 속에서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은 사찰의례를 경험해본 사람보다는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 심지어 사찰의례에 깃들어 있는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더 찾기 힘들다.
그나마 세간에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사찰의례는 새벽의례다. 이 의례는 새벽에 부처님께 예경을 올린다고 해서 ‘예불’ 혹은 ‘새벽예불’이라고 불린다. 새벽예불이 세간에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템플스테이 덕택이다. 새벽예불은 보통 새벽 3시나 4시경 시작된다. 새벽 기상이 힘든 일반인들이 새벽예불을 꺼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예불을 경험해본 사람들 중에는 새벽예불을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청도 운문사의 새벽예불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 절절한 감동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벽예불의 진가를 보기 위해 운문사를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벽 3시 반. 운문사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다. 새벽예불은 도량석부터 시작이다. 도량석은 모두가 잠들어 있는 도량 전체를 흔들어 깨우는 의식. 마침 스님 두 분이 도량석 목탁에 앞서 반배를 올리는 중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천수경의 첫 구절인 정구업진언이 울려 퍼진다. 두 스님이 온 도량을 돌며 사찰 내의 대중들을 깨우고, 곳곳에 잠든 생명들에게 하루가 밝아오고 있음을 알린다. 목구멍 끝에 잠겨있던 목소리는 점점 낮고 힘차게 터져 나왔다. 그 사이 어느새 깨어난 사람들이 분주해진다. 도량석의 마지막 목탁소리가 잦아든다. 마지막 목탁이 끝남과 동시에 법당 안에서 종소리가 울린다. 종성이다. 사찰의 새벽예불은 이렇게 시작부터 끝까지 기승전결의 구조에 따라 물 흐르듯 이어지고 있었다. 종성의 후반부, “옴 가라지야 사바하”를 외치며 지옥을 깨버리고 그곳의 모든 중생들이 해탈의 길로 들어서길 바라는 결기는 곧 일주문 위에서 들려온 범종소리와 맞닿았다.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을 온 세상에 울리는 소리다. 그 뒤로 법고, 목어, 운판 등의 사물연주가 이어졌다. 각각 땅 위의 짐승, 비늘 있는 짐승, 하늘을 나는 짐승들을 제도해 모든 만물이 부처님 되기를 기원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모두가 한 줄기 물길처럼 잠시의 공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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