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공연장에서 즐기는 락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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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공연장에서 즐기는 락의 자유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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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청량사 산사음악회

봉화 청량사 산사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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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이 이렇게 예쁘게 들려고 집 마당의 여치는 한 여름 땡볕에 그렇게 울었나보다. 경북 영주를 지나 봉화로 접어드는 국도변에 펼쳐진 대자연의 오선지에는 바람에 실려 날아간 재즈의 선율처럼 단풍물이 살포시 배었다.
● 청량산 청량사는 생각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청량사 산사음악회의 명성을 듣고 청량산을 처음 찾은 사람은 우선 깎아지른 벼랑을 등지고 펼쳐진 장관에 압도당한다. 청량사를 감싸 안은 산세며, 정면으로 늘어선 능선들이 압권이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공연장 좀 다녀봤다는 사람은 바로 안다. 이곳은 자연이 선물한 천혜의 공연장이다. 기원전 4세기에 지어진 그리스의 에피다우로스 극장은 별도의 음향장비가 필요 없는 공연장으로 유명하다. 깎아지른 관중석이 무대를 감싸 안고 있어 소리를 증폭시킬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에코 효과까지 가미해준다. 청량사가 딱 그 모양새다.
● 무대는 사찰에서 가장 높은 곳, 석탑 바로 옆에 마련됐다. 석탑부터 물음표 모양으로 늘어선 사찰 이동로를 따라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공연장 최고의 명당은 약간은 가파르게 층층이 경사진 잔디밭이다. 과연 여기에 사람이 얼마나 들어찰 수 있을까. 의구심이 먼저 든다. 그러나 사람의 이동로와 잔디밭은 오후 4시경 이미 좌석이 매진됐다. 그리곤 장독대와 종각 주변, 그리고 그 밑의 조그만 공터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다. 공식집계 8,000명. 사찰의 터를 보면 수용인원이 놀랍기만 하다.
● 마침내 자연의 조명이 꺼지고 공연장이 암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켜진 인공의 조명. 관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진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조명에 비춰진 청량사는 가을 단풍에 젖었다. 그 단아한 풍경 속에 흐르는 아리아. 정율 스님이다. 선 고운 승복에 감춰진 소프라노의 아찔함이 별밤을 반짝이게 한다. 저 깊은 곳에서 토해내는 염불과는 또 다른 감동이다. 절절하다. 스님은 당신만이 가진 악기로 교황청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고 했던가. 오늘은 산중 만물들이 관객이 되어 바람에 흔들리며 기립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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