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부. 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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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부. 처. 님.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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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원사 삼천불전과 <비로자나삼천불도>

봉원사 삼천불전과 <비로자나삼천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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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년호부터 기획연재로 <사찰불화기행>을 시작합니다. 유서 깊은 사찰을 탐방하고 그 안에 모셔진 불화의 상징과 의미를 밝혀, 부처님의 세계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에서 마련된 기획입니다. 사찰과 불화, 그 조형미술이 말해주는 아름다운 진리의 세계를, 불교미술사학자 강소연 선생님(홍익대 겸임교수)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만나보는 코너입니다.

생은 다만 그림자.
실낱 같은 여름 태양 아래 어른거리는
하나의 환영.
그리고 얼만큼의 광기.
그것이 전부.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살지 않았을 뿐.
『티벳 사자死者의 서書』 (류시화), 서문 중에서

| 나의 삶, 누가 꾸는 꿈인가?
많은 경전에서는 ‘내가 나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이 몸뚱이가 진짜 나가 아니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 몸도 생각도 모두 실체가 없는 ‘환幻’이라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외우는 반야심경에는 오온五蘊이 모두 공空하다 하며, ‘수상행식 안이비설신의 색성향미촉법’ 모두 없다고 한다. 금강경 역시 ‘마침내 나는 없다’라는 구경무아究竟無我의 대목에서 내용의 하이라이트에 이른다. ‘일체의 모든 현상은 꿈이고, 환영이고, 물거품이고, 그림자이니, 마치 이슬과 같고 번갯불과 같다’고 한다. 또 널리 독송되는 『원각경』 「보안보살장」의 요지도 ‘몸과 마음이 죄다 환영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몸뚱이와 번뇌, 그 환영의 맛이 어찌 이리도 생생할까. 어찌 이리 기막히게 슬프고 아리고 추울까. 그러니 매번 속아 넘어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머리를 틀어쥐고 놀리더니 한 순간에 놓아버리기도 한다. 그 변재의 힘에 속수무책이다. 길고 길었던 고민・방황・수행 어느덧 지나가 아무런 자취도 없는 것을, 무색한 부여잡음밖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어리석은 중생은 지나갈 대로 다 지나간 뒤에야 얼핏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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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을 보는 수행의 비법
우리 눈에 보이는 이 모든 것이 환영이라면, 모두 그림자라면, 이는 누가 꾸는 꿈인가? 누구의 그림자인가? 무엇이 (환영이 아닌) 진실인가? 『원각경』 「보안보살장」을 보면 보안보살은 오체를 던져 세 번 간곡하게 이 ‘진실을 보는 방법’을 묻는다. 부처님은 세심하게 답을 말씀해 주신다. ‘모든 환영의 때垢을 걷어내면 진리를 보게 될 것’이라고. ‘이 몸뚱이는 지地・수水・화火・풍風의 네 가지 기운(四大)이 합하여 된 것이다. 이것이 다시 뿔뿔이 흩어지면 이제 이 허망한 몸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이 네 가지 기운이 육근(六根: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생각)을 만들고, 이것이 서로 안과 밖으로 작용하여 인연 기운이 생기고 그것이 쌓여 인연상이라는 허망한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럼 중생이란 스스로 만든 견고한 환영의 신기루 속에서 그 그림자와 평생 치열하게 싸우다 가는 존재란 말인가?
‘환영인 몸뚱이가 사라지면, 환영인 마음도 사라지고 환영인 경계도 사라진다. 환영인 경계가 사라지면, 환영의 사라짐도 또한 사라지게 된다.’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수행의 비밀’이란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영의 때를 닦고 또 닦아 맑히고 맑히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환영이 남김없이 거두어지면 비로소 ‘환영이 아닌 것’만 남게 되는데, ‘환영이 남김없이 모두 사라지면 문득 끝없는 청정함을 얻나니 이것이 바로 가없는 원각圓覺(깨달음)이다’라고 한다. 환영을 모두 닦아내니 드디어 ‘맑고 투명한 바탕자리’가 드러났다. 그 실체는 ‘끝없는 청정함’이라 하니, 아! ‘청정법신’이란 바로 이를 두고 말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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