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을 읽다보면 서로 모순돼 보이는 가르침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악을 멀리 하고 선을 행하라.”고 가르치지만, 이와 반대로 “선도 악도 없다.”고 설하는 경문도 있다. 어떤곳에서는“자아도 없고법도 없다.”고하지만, “자기 스스로에 의지하고[自燈明], 법에 의지하라[法燈明].”는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遺訓에서 보듯이 다른 곳에서는 자아와 법의 존재를 긍정한다. 또, 윤회하려면 그 주체인 자아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는 무아설無我說에 위배되는 것 같다. 불전을 읽다가 이렇게 상충하는 가르침들을 접하곤 당혹감을 느낀 불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11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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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도론』의대론자는 묻는다. “부처님께서 제시간에만 식사를 하라고 하셨는데, 어째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까?”율장律藏의 오후불식계午後不食戒에서 보듯이, 스님들은 정오 이전에 모든 식사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금강경』에서 “과거의 마음을 잡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을 잡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고 쓰듯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 모두 실재하지 않는다. 어느 가르침이 옳은가? 또 부처님께서는‘무아’의 가르침을 베푸셨는데, 대부분의 불전 서두에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如是我聞].”고 말하며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은 어찌 된 일인가? 또 불전에서는 일반적으로‘동, 서, 남, 북’의 방위에 실체가 없다고 말하는데, 어떤 곳에서는 “시방(十方)의 부처님들과 보살들이 오신다.”고 하면서 방위의 존재를 당연시한다.
그런데 이런 상충에 대해서 『대지도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해명한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은 진제이고, “제 시간에만 식사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속제다. “방위에 실체가 없다.”는 가르침은 진제이고, ‘방위를 긍정하는 가르침’은 속제다. ‘무아의 가르침’은 진제이고, “자아가 윤회한다.”는 가르침은 속제다. “선도 악도 없다.”는 것은 진제고,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라.”는 가르침은 속제다.” 그렇다! ‘부처님의 가르침들을 정리하는 가르침’, ‘가르침에 대한 가르침’, ‘메타 Meta 가르침’이 있었다. ‘진속이 제眞俗二諦의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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