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무모한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상태바
어쩌면 무모한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8 0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 년 전의 인연이 계기였다. 20대 때부터 갈 지之자를 그리듯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수행을 해오던 중이다. 그런 습에 이끌려 찾아간 위빠사나 수행처 호두마을에서 비구니 노스님을 만났다. 평생을 간화선 수행에 바쳤을 스님은 말년에 새로운 수행법에 도전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스님은 명상에 들어가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졸기 시작했다. 때론 코까지 골아가며 조는 민망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면 스님은 슬며시 자리를 뜨곤 했다.

하루는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러 간 종무소에서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휴대폰이 두세 시간을 못 간다며 봐달라고 했다. 한 눈에도 10년은 족히 넘은직한 모델이었다. 공짜폰이라는 게 있다며 설득을 시작했고 결국 휴대폰을 바꾸러 읍내로 나가는 길에서 스님의 지난 인생사를 들을 수 있었다. 출가 후 평생을 집도 절도 없이 안거철마다 선방을 옮겨 다니며 수행에만 매달렸다고 했다. 그러다 결국 호두마을까지 들어와 잡무를 도와주는 대신 숙식을 해결하면서 또 다른 수행법에 여생을 바치고 있었다. 나는 스님에게 깊은 인간적 고뇌와 연민을 동시에 느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