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한 폭의 그림이다
상태바
삶과 죽음 한 폭의 그림이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7 0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망과 욕심과 애증도 모두 내려놓고 이제는 더 갈망할 것이 없을 줄 알았다. 이른 아침, 이슬 맺힌 풀꽃들의 아름다움과 그 신비하고 미묘한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감사하며 노년의 한가로움으로 족했다. 삭고 곰삭아서 더는 갈등할 것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준비와 계획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코앞에 닥쳤다. 어떻게 잘 죽을 수 있을까.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원하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다면 그 생명유지가 행복한 것일까. 가까운 이들을 하나둘씩 데려가는 노화와 질병은 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홀로 남겨진다는 절대고독은 무엇으로 풀어야 하나.
 
 
|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절박함

‘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 ‘준비 안 된 장수시대’, ‘복지정책의 한계성’, ‘마지막 10년 절반을 앓다 떠난다’, ‘노년을 인간답게 살다가 인간답게 마무리 할 수 있어야’ 등 요즈음 신문과 방송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이야기다. 어느덧 나 또한 젊은이들에게는 짐이 되는 존재가 되었고,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절박함에 마주섰다.

어머니는 중풍으로 자신의 몸도 마음도 가눌 수 없는 상태로 6년을 누워 지냈다. 고맙게도 당신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어머니의 기저귀를 갈아드리면서, 동생 볼기짝에 땀띠분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셨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기억해내곤 했다. 하루는 이를 닦아드리는데 물과 함께 이를 뱉어내셨다. 또 어느 날은 몸을 씻겨드리고 돌아 눕히다가 그만 대퇴골이 부러졌다. 통증 때문에 눈만 크게 뜨실 뿐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시는 어머니의 아픔이 나의 뼈마디를 저리게 했다. 게으름 부리던 우리에게 “몸을 쓰지 않으면 삭신이 삭는다”고 하셨던 말씀을 눈으로 보게 해 주었다.

아버지와 우리 5남매는 어머니의 수발을 들며 가족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의 노고를 뒤돌아 보았다. 무상으로 들여 마시던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어머니의 사랑을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때늦은 고마움에 가슴이 메었다. 어머니는 당신의 병든 몸을 교재로,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또한 고통은 생의 한 과정이므로 의연하게 견디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꽃밭 가꾸기를 좋아하고 뜨개질로 식구들 옷을 떠 입혔던 어머니, 기차표 고무신을 신고 늘 빠르게 걸어 다녀서 ‘날아다니는 기차’란 별명이 붙은 어머니가 대소변도 못 가리는 환자로 연명하는 모습을 보며 생명이란 무엇인가, 회의에 빠지곤 했다. 어머니의 길고 긴 투병을 상기하면 지금도 회한의 아픔이 가슴을 흥건히 적신다.

 
| 생명의 애착을 내려놓은 아버지의 결단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