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중풍으로 자신의 몸도 마음도 가눌 수 없는 상태로 6년을 누워 지냈다. 고맙게도 당신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어머니의 기저귀를 갈아드리면서, 동생 볼기짝에 땀띠분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셨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기억해내곤 했다. 하루는 이를 닦아드리는데 물과 함께 이를 뱉어내셨다. 또 어느 날은 몸을 씻겨드리고 돌아 눕히다가 그만 대퇴골이 부러졌다. 통증 때문에 눈만 크게 뜨실 뿐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시는 어머니의 아픔이 나의 뼈마디를 저리게 했다. 게으름 부리던 우리에게 “몸을 쓰지 않으면 삭신이 삭는다”고 하셨던 말씀을 눈으로 보게 해 주었다.
아버지와 우리 5남매는 어머니의 수발을 들며 가족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의 노고를 뒤돌아 보았다. 무상으로 들여 마시던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어머니의 사랑을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때늦은 고마움에 가슴이 메었다. 어머니는 당신의 병든 몸을 교재로,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또한 고통은 생의 한 과정이므로 의연하게 견디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꽃밭 가꾸기를 좋아하고 뜨개질로 식구들 옷을 떠 입혔던 어머니, 기차표 고무신을 신고 늘 빠르게 걸어 다녀서 ‘날아다니는 기차’란 별명이 붙은 어머니가 대소변도 못 가리는 환자로 연명하는 모습을 보며 생명이란 무엇인가, 회의에 빠지곤 했다. 어머니의 길고 긴 투병을 상기하면 지금도 회한의 아픔이 가슴을 흥건히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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