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가 닳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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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가 닳잖아요
  • 관리자
  • 승인 2007.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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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연이야기

   "돌부처가 닳잖아요, 할머니.   물러서요.   노인네가 벌써부터 푼수가 없으시구만.   어서 물러서시라니까요."

   이십사오 년 전 일이다.   당대의 선지식 청담 스님과 일간 신문기자였던 나는 새벽안개가 그윽한 신비를 나지막하게 감싸가고 있는 견지동 조계사 법당 앞뜰을 거닐며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소복을 한 할머님이 무슨 사연이 있는지 법당앞에 서 있는 조그마한 돌부처를 얼싸안고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식이 비명횡사라도 하였나?   아들, 며느리한테 버림이라도 받으셨나?   무자식 청상과부이신가?'   한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보신 청담 스님은 위로는 커녕 불문곡직하고 돌부처가 닳는다고 야단 야단을 치시는 것이었다.   깨달으셨다는 분이, 통금시간이 다되어 집에 돌아가야겠다는 나를 반강제적으로 당신 앞에 무릎꿇여 앉혀놓고 사랑과 자비를 밤새워 설파하시던 분이 돌부처가 닳는다니 이런 망발이 있을까.   난 땅이 꺼지는 실망을 안고 인터뷰를 서둘러 마치었다.

   인터뷰가 실린 신문을 청담 스님께 갖다드리려고 마음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신문사 사무실을 막 나서려 할 때 청담 스님이 입적하셨다는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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