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 함께 떠나는 산사여행] 태화산 마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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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함께 떠나는 산사여행] 태화산 마곡사
  • 이미영
  • 승인 2011.01.24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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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번이 넘게 덧대어진 마음의 상처를 씻어내며

월요일 오후 1시.

시끌벅적한 서울에서 산 탓일까, 양재에서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마곡사(麻谷寺)는 정적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태화산 동쪽 허리에 자리 잡은 마곡사의 절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가을 하늘과도 같은 청명한 하늘과 수직으로 뻗었는가 하면 구불구불 서 있는 수많은 노송들 그리고 솔향기 풍기는 꼬불꼬불한 산길 모두가 인상적이다. 함께 동행한 동화작가 이창숙 선생님 또한 기분 좋게 싱긋 웃는다. 나도 덩달아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이야기한다.

“와아, 저 해탈문이 마곡사로 들어가는 정문이라지요? 저기 저 솔숲도 백범 김구 선생님이 걷던 산책길이라고 들었어요.” 이창숙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러게요. 오늘 콧바람 제대로 쐬고 가겠는 걸요! 우리도 김구 선생님처럼 마곡사 안을 곳곳이 둘러보자고요.”

어느새 잔뜩 차가워진 바람도 상관없다. 그리고 무심코 돌아본 돌담길 끝에선 노송들과 아직은 부드러운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국화꽃을 보며 오랜만의 외출에 벅차한다.

낮은 담장을 돌며 이창숙 선생님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러나 이야기의 마지막은 언제나처럼 ‘동화(童話)’다.

좋아하는 동화, 쓰고 싶은 동화, 그리고 모두가 꿈꾸는 동화…. 대신 장소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서울이 아닌, 마을의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천년고찰 마곡사 안이다.

2년 전, 첫 만남을 시작한 이창숙 선생님 역시 따스한 눈길로 절 곳곳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동화를 쓰듯 꼼꼼한 눈길로 또 어쩌면 어린아이가 다정하게 풍선을 쓰다듬듯 순수한 웃음으로.

이창숙 선생님이 솔바람 명상길을 앞서 가는 동안, 나는 좋아하는 시(詩)를 외우듯 다시금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의 첫 문장을 중얼거린다. “앵초꽃은 지고 있었다.” 짧은 문장이다. 그러나 짧지만 강인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 문장은 무려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더군다나 소설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토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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