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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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 관리자
  • 승인 201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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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

“너 정말 안 되겠다. 당장 교무실 가서 몽둥이 갖고 와!” 나는 으름장을 놓으며 그 녀석에게 몽둥이 심부름을 시켰다. 애당초 ‘잘못했습니다’라는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녀석은 “넵! 선생님.”이라고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교실 밖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다. 부임 전부터 중학교 남학생들의 무시무시함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권위를 단박에 무장해제 시키는 저 뻔뻔함에 대해서는 왜 그 누구도 경고하지 않았을까?

나는 수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두려웠다. 휴대폰 알람 열 개를 손수 꺼가며 기상시간을 최대한 미뤄본다. 침대에 누워 순간이동능력을 꿈꿔본다. 결국 두 대의 마을버스, 지하철 한 대의 능력을 빌어 학교로 들어선다. 점심시간 45분을 제외하고는 6교시 내내 수업이다. 시계가 오후 4시를 가리키면 교문을 향해 냅다 뛰기 시작한다.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넘나들며 시간과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나는 강의실 문을 한 번도 당당히 열고 들어간 적이 없는 상습 지각생이다. 땀띠 날 것 같은 얼굴로 미안함을 표시하는 내게, 깐깐한 교수님께서는 싸늘한 시선으로 응대하신다. 매번 나를 겨냥한 멘트도 잊지 않으신다. “결석보다 더 나쁜 게 지각인거 알죠?” 혹은 “뭐, 번번이 늦으시는 분들은 제 말의 요지를 이해할 리가 없겠죠.” 라던가 “도대체 그렇게 자꾸 지각할 거면 학교는 왜 다니는 건지.”라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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