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승부한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3~5분의 시간 동안 앞서 걷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소리 없는 전쟁을 펼친다. 대개의 사람들은 내가 혼자 전쟁을 펼치거나 말거나 같은 속도로 제 갈 길을 가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의 승부를 받아들이는 건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와 격하게( ! ) 경쟁을 한다. 그래서 평소에는 5분 걸리는 거리가, 승부를 격하게 하는 날엔 3분밖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가장 빨리 내릴 것 같은 사람을 찾아 그 앞에 서기, 키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사람이 옆에 서면 허리를 꼿꼿이 펴서 더 커 보이게 하기, 자리가 나면 누구보다 빨리 앉기, 내릴 역에 당도하면 누구보다 가장 늦게 일어나서 내리기. 출근길뿐만 아니다. 목욕탕에서 온탕 입욕 뒤 가장 늦게 나오기, 사우나에서 제일 오래 버티기, 장바구니 물건 인터넷 검색으로 가장 싸게 사기….
매일매일, 매시간 승부하지만, 돌이켜 보면 요사이에 진정한 승부를 해본 적 없다. 어느덧 어른(?)의 나이가 돼버린 요즘 인생을 뒤바꿀 만한, 인생이 뒤집힐 만한 승부는 너무 먼 얘기, 남의 얘기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왠지 조바심이 난다. ‘편한’ 인생에 안주해 버린 것 같기도 하고, 잘난 사람들과 달리 열정을 내던진 것 같기도 해서 남들에 뒤처지는 기분이다. 더 이상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으며, 더 나은 직장, 더 살기 좋은 집을 찾기 위해 고민하지 않고, 남들이 아무리 재테크니 자기계발이니 소리 높여도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저 ‘마이 웨이’를 걸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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