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스님, 가장 많은 것을 소유하신 부자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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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스님, 가장 많은 것을 소유하신 부자셨네
  • 관리자
  • 승인 2010.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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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법정 스님 다비식 현장

다비장 가는 길의 아침하늘은 맑고 날씨는 포근합니다. 무소유를 말씀하시고 무소유를 실천하시던 법정 스님께서 마지막 가시는 길에는 참말 많은 것을 가진 부자로 가셨습니다.

스님께서는 그럴싸한 수의 한 벌, 튼실한 관(棺) 하나, 화려한 꽃상여는 물론 간략하고 소박한 영결식조차도 사양하셨습니다. 하지만 무한한 존경심이 홍수를 흔들고, 사모하는 마음들의 무량한 무게에 지축이 흔들리고 있으니 무소유야말로 시공을 초월하는 소유입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티끌처럼 버리신 스님의 수행이력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귀한 것을 한없이 소유하게 하는 진정한 소유임을 보이셨습니다.

스님께서 실천하신 무소유는 스님을 직접 뵙거나, 법문을 들었거나, 책을 통해서 읽었거나, 입소문을 통해서 들었거나를 가리지 않고 스님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하는 마음과 그리워하는 마음, 가난한 현실을 배부르게 하는 부자의 마음으로 소유되었을 겁니다.

사람들에게 전이되고 사람들에게 소유된 스님의 무소유는 행복의 싹으로 돋아나고, 소욕지족(少慾知足)의 꽃으로 피어나서 무소유의 열매로 탱글탱글하게 영글어 갈 것입니다. 스님께서 남기신 무소유는 도(진리)에 가까운, 가장 아름다운 것을 소유케 하는 무한한 소유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녹록치 않은 송광사 다비장 가는 길

아직은 어두운 3월 13일 아침 5시, 송광사로 가는 길로 접어든 20대의 버스 행렬을 따라 송광사에 도착했습니다. 20대의 버스를 타고 온 880여 명의 사람들은 서울 길상사에서 평소 법정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거나 수계를 받으며 연비까지 받았던 신도들입니다. 밤 12시에 출발해 그 시간에 들어서는 길이라고 합니다.

스님의 법구를 다비할 다비장은 송광사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빼곡한 측백나무 숲길을 걸어 올라가는 송광사 다비장 가는 길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지금껏 보았던 크고 작은 열다섯 사찰 여느 다비장 가는 길보다 훨씬 가풀막진 비탈길을 한참 걸어 올라가려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먼 길입니다.

송광사의 다비 방식은 장흥 보림사에서 현광 스님을 다비할 때 보아서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수덕사 다비 방식과 유사했습니다. 땅을 파 양쪽으로 돌을 쌓아 도랑 같은 공간을 만들고, 도랑처럼 생긴 공간에는 불쏘시개가 될 마른나무나 숯을 넣습니다. 그리고 양 옆으로 쌓인 석축 위로 나무다리를 놓듯 통나무들을 나란히 걸쳐놓고, 그 위에 법구를 모시고 장작을 쌓아 다비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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