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도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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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도 배려다
  • 관리자
  • 승인 2010.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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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 청소

태어나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청소는 나의 일이 아니었다. 깔끔하고 부지런하신 어머님의 보살핌 덕분이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집을 떠나 타지 생활을 시작한 대학 신입생 시절의 일이었다. 첫 학기에 한 친구와 방을 함께 사용했다. 나름대로 그 친구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친구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청소를 자꾸 미루어서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뭔가 큰 결심을 하고 이야기를 한 듯했고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일부러 청소를 미루고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청소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친구가 느꼈을 고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첫 학기가 끝나고 결혼할 때까지 나는 누구와도 방을 공유하지 않았다.

두 해 전 결혼을 하고 또다시 청소가 문제가 되었다. 30여 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하나의 생활공간을 공유하며 사는 것이 어지간히 성가신 일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일주일 정도는 방에 비질 한 번 안 해도 쾌적한 기분으로 지내는 내가 매일 방바닥 걸레질을 취침 전 행사로 하는 남편과 만났으니, 신혼 초 청소를 둘러싸고 남편과 벌인 신경전은 가히 볼만 했다. 방바닥 걸레질을 비롯하여 청소에 대한 나와 남편의 서로 다른 태도는 게으름과 부지런함의 차이와는 별개의 문제다. 그것은 오염에 대해 서로 다른 기준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자면, 하루 생활을 마친 후 방바닥에 내려앉은 먼지를 바라보는 생각이 그렇다. 나는 사람 사는 곳에 먼지가 쌓이는 것은 당연하고 그 먼지를 숨 쉬면서 마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남편에게 먼지는 가능한 호흡기로 들이마시지 않아야 할 오염물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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