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우리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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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우리 식구들
  • 관리자
  • 승인 2010.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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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김종철(71세) 할아버지와 이순애(69세) 할머니는 아들만 셋을 낳았다. 속 모르는 사람은 밥 안 먹어도 든든하겠다고 하겠지만, 돌이켜 보면 자식들 걱정에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 나날들이었다.

“남편을 만나 결혼한 게 22살 때였습니다. 결혼 이후로 고생할 팔자였나 봐요. 도대체 마음 편할 날이 없네요. 남편은 4남매 중 장남이었는데, 시부모님이 다 받아주며 ‘오냐, 오냐’ 키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고향인 전주에서 농사 지으며 차례로 세 아들 낳고, 그놈들 끌고 다니면서 고생고생 하면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할아버지가 일을 하지 않으니, 할머니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시골에서 버틸 수가 없었다. 무작정 아이들 셋을 데리고 일거리가 많다는 경기도 안양으로 올라왔다. 일을 하지 않으면 굶어 죽어야 할 판이니, 할아버지도 가만히 앉아 손가락만 빨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일용직 막노동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루 일하면 사나흘을 앓아누웠다.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 일을 꾸준히 나가다보니 사람들도 사귀게 되고, 이런저런 기술도 옆에서 배우며 익숙해져갔다.

“그래도 밥 세 끼는 먹으며 애들을 고등학교까지는 졸업시켜 한 시름 놓았는데, 애들 하는 일들이 잘 안 풀리는 거예요. 회사에 들어가도 얼마 안 있다 나오고, 장사를 한다고 했다가도 흐지부지 안 되는 겁니다. 그러더니 결국 셋 모두 노동판에서 일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더 기가 막힐 노릇은 1~2년 안에 셋 다 장가를 가더니, 애 둘씩 낳고, 또 차례대로 이혼을 하는 겁니다.”

가장 먼저 이혼을 한 건 큰아들(46세)이다. 연년생 아들(중2, 중1)을 두었는데, 둘째를 낳은 지 한 달 만에 이혼을 하게 되었다. 며느리가 처녀 때부터 경마에 빠져 빚이 많았다. 나중에는 시아버지 명의로 빚을 얻어서 경마를 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혼을 시키고 두 손자는 할머니가 키우게 되었다. 둘째아들(43세)은 딸만 둘(중3, 초4)인데 이혼하고 본인이 키우고 있다. 그리고 막내아들(41세)은 아들만 둘(중2, 초4)인데 이혼하고 며느리가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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