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대들보도 함께 잘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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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대들보도 함께 잘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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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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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유희[禪語遊戱]

절집에서 적지 않은 세월을 살다보니 이제 가끔 상량문 쓸 일도 생긴다. 자료를 확인하고 욕심내어 이것저것 집어넣다보면 필요 이상으로 장문이 된다. 너무 길면 붓글씨로 옮길 때 만만찮은 부피가 되기 십상이다. 간명해야 좋은 글이라는 원칙은 상량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집 지을 때 화룡점정이 상량문이라 하겠다. 상량목 중심에 홈을 파고 상량문을 넣었다. 선사(禪舍)답게 단출하게 짚으로 안을 메웠다. 그래야 한지종이가 오래 보관된다. 상량식이란 바깥 일이 끝나고 내부공사가 시작되는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중도(中道) 의식인 셈이다. “상량이오!”라는 큰목소리와 함께 대들보가 올라간다. 그 전에 상량목을 묶은 ‘입이 큰’ 광목주머니에 상량채(上樑債) 봉투인 공양금이 두둑할수록 빨리 올라가는 건 인지상정이다.

상량목의 ‘모년모월모일 입주상량(立柱上樑)’이라는 본문 앞뒤로 ‘용(龍)’자와 ‘구(龜)’자로 열고 막는다. 상량목의 머리는 나무뿌리에 해당하는 쪽이므로 용(龍)이라는 글자는 거꾸로 쓰게 된다. 용이나 거북이나 모두 수신(水神)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결국 목조건물은 화재방지가 가장 큰일인 까닭이다. 좀더 ‘아는 체’ 하려면 번거롭지만 ‘해룡(海龍) 낙구(洛龜)’라고도 쓰고, 또 ‘용봉(龍鳳) 기린(龜麟)’으로도 쓴다. 그리고 상량문의 전형적인 문장은 규격화되어 있다시피 하다.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  하늘의 해, 달, 별께서는 감응하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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