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법 스님 상좌, 정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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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법 스님 상좌, 정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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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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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모 / 홍법 스님의 제자 정우 스님
▲ 홍법 스님

은사스님!

태백산에서 그러하셨지요. 이십년만 중노릇 잘해도 통도사 주지할 수 있다고요. 사십년이 되어서야 통도사 주지소임을 보고 있습니다. 사형사제들은 열반에 드신 노스님을 의지하며 서로가 서로를 지켜보며 다 건강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들 살아들 가고 있습니다.

-『홍법 선사 추모문집』 중에서

정우 스님이 은사 홍법 스님에게 올린 ‘은사스님 전상서’의 한 부분이다. ‘이십년만 중노릇 잘해도 통도사 주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홍법 스님과 정우 스님이 나눈 당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제자를 격려하기 위해 스승이 처방한 약방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적극적인 성격에 ‘이상은 높고 힘은 넘쳐’ 좌충우돌하던 정우 스님이 늘 걱정스럽기만 하던 홍법 스님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두 배가 걸렸지만 그날의 당부처럼 출가 40년 만에 정우 스님은 통도사 주지가 되었다.

정우 스님은 2007년 통도사 주지에 취임하던 해, 불교 언론지에 광고 하나를 냈다. 홍법 스님 관련 자료를 찾는다는 내용의 광고였다. 홍법 스님의 사진, 법문, 친필 서한 등 어느 한 조각이라도 간절했다. 49세라는 짧은 일기로 세연을 다했던 은사, 그러나 경봉 노스님이 ‘통도사를 팔아서라도 홍법이만은 살려내라’고 호통을 쳤을 정도로 향기가 남달랐던 수행자였다.

밤사이 대중스님들의 고무신을 하얗게 빨아놓고 자신을 위해서는 그 어떤 편안함도 허용하지 않았던 수좌였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도량을 살피느라 뜬눈으로 밤을 새울 정도로 통도사를 사랑했던 우직한 주지였다. 그런 은사를 떠나보낸 지 30년, 정우 스님은 통도사 주지 소임을 맡으며 『홍법 선사 추모문집』을 준비했다. 홍법 스님이 유독 사랑했던 통도사에서, 은사의 마지막 소임이었던 통도사 주지를 맡으며 문집을 엮어갔다. 30년 세월을 거슬러 전하는 기나긴 연서요. 전상서였다.

은사스님!

76년도에 어른스님들께서 스물다섯의 정우에게 관음재일 날 대웅전에서 법문하라고 하셔서 신도님들을 상대로 하면 되는 줄 알고 법당에 갔다가 월하 노스님, 벽안 노스님, 일암 노스님, 우송 노스님과 대중스님들이 함께 계신 모습을 보면서 어찌 마음이 편안할 수 있었겠습니까? 준비한 시간을 채우고 어른스님들께 참회 드리고 울산포교당으로 달려가서 은사스님께 영웅담을 말씀 드릴 때 스님께서는 웃고만 계셨었지요. 그리고 세월은 훌쩍 삼십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저에게 일어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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