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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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은 누구인가?
  • 관리자
  • 승인 200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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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기쁨 주는 기쁨

  "제 눈이 아픈데요"

  8년전의 일이다.  전남 함평군 학교면 고막리 600번지 음성 나환자촌은 24세대 백여분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로 광주지회 신생회에서 매주 의료,  교육 봉사를 나가고 있는 곳이다.  회원들이 하는 일이란 의약품을 마련해서 외부 상처에 연고를 바르거나 붕대를 감아주고 기타 약품을 전달하며,  분교에서는 국교생들에게 약간의 학습지도를 했었다.  그 때만 해도 거의 처음 대하는 그 분들에게 어찌 해야 좋을 지 궁색했지만 잊지 않고 찾아주는 우리에게 밝은 웃음은 침묵서린 기원을 남겨 주었다.  어느날 예전처럼 원생들을 대하고 있는데  "스님 제 눈이 아픈데 봐주십시요" 하는 최술희씨를 마주하고 있었다.  잠시 기다려라 하고 나는 안대를 만들어 안연고를 발라 대강 치료하려고 있는데 안구가 없는 자국엔 피눈물이 섞여 있지 않겠는가.  섬뜩한 놀라움으로 당황했다.  그러나 그 분은 이까짓 상처야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가난과 질병과 천대속에 살아오면서 이그러진 표정엔 인간의 정리를 애써 숨죽이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이 있는 후로 엄청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만일 내 부모가 눈이 빠졌다고 외치면 조그만 기다리십시요 하고 안대나 감아 주겠는가.  이런 값싼 동정과 헤픈 보살정신으로는 신행회 활동을 계속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직 수행이 수족한 탓이며 원력도 약하나 용맹정진을 하자는 다짐이 앞섰다.

  신행회는 자원봉사자 모임으로 81년 1월 5일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10여개 지회에서 나환자촌,  양로원,  보육원, 소년원, 제활원 등 불우한 이웃들에게 의료 교육 노력봉사를 해오고 있다.  앞의 일로 나의 방황은  2개월이 넘게 계속되고 있었다.  사실 '신행회'는 [화엄경]을 통해 받았던 작은 선물이었다.  어느날 회의에 빠진 나에게 선듯 미풍같이 스치는 낮은 목서리가 있었다. "설령 자신의 눈을 빼어 주어도 그것이 사랑의 전부라 하겠는가?" 아니다.  이웃을 사랑하면서도 때묻지 않는 청점심으로 동체대비를 드러내야 한다.  사랑하고 봉사하면서도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은 오히려 자신을 일깨워 주고 정진케 하여 안으로는 마음을 조화롭게하고 밖으로는 모든 이웃을 부처님처럼 공양 예배하여 귀의하는 일이리라.  나는 다시 보현행원의 정신으로 신행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어떻게 봉사할 수 있는가?  더러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는 것도 가진 것도 넉넉하지 못하는데 이웃들을 위해 봉사한다니...  자신의 처지도 변변찮은데 말입니다" 하고.  그러나 이러한 관념적인 사고는 자기 생애에 단 한번도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 나누는 기쁨을 함께하지 못하는 이유가 됨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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