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의 자존심
상태바
불교인의 자존심
  • 관리자
  • 승인 2009.11.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세이 · 동불서불(東佛西佛)

  서로를 깔본다

 사람에게는 다소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려는 버릇이 있다. 지나치면 고집이 되어서 꼴불견이지만, 적당하면 오히려 애교로 느껴진다. 자기 자신마저도 철저히 객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불행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인간 그 자체는 영원한 수수께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미 그 안에 모순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울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존심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일지라도 지고 싶지 않은 마음, 남보다 낫다는 생각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확대되면서 천지가 다 도독놈이라도 내 남편만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자위(自慰)한다.

온천장에 온통 유부녀 춤 사태가 나도 내 아내만은 아니겠지 하는 안도감을 품는다. 그 자그마한 자존심이 무너지면 그야말로 사는 맛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불교 믿는 사람들에게도 그와 같은 자존심은 있기 마련이다. 우리끼리 모였을 때도 은근히 자기 절 자랑이 하고 싶고 법사님 자랑이 하고픈 것은 인지상정이다. 또 타종교인을 대할 때도 그 보다는 내가 낫지 하는 자존심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즉 내가 믿는 종교적 가치가 유일한 것 이라는 것이 종교 선택의 동기였다면 상대방의 가치는 여지없이 매도 될 수 있다고 착각하곤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제일 너그러운 종교는 불교이다. 특정한 종교를 끄집어 내어 미안하지만, 기독교 같은 경우에는 전혀 반대이다. 남이야 있건 말건 오불관언(吾不關焉) 큰 소리로 기도하고 찬송가 부르고 멋대로 저들을 내세운다. 나는 식당에서 기도하는 사람을 숱하게 보았지만 합장하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들은 그만큼 기독교인임을 내세우려 하고 우리는 그 반대이다. 사실 한국 종교의 양대 산맥이라면 우리는 불교와 기독교를 꼽을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그 둘이 전혀 다른 신앙 형태, 자세, 태도를 보임으로써 양자의 이질감은 더욱 심화되는 느낌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