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여름날, 저문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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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여름날, 저문 강가에서
  • 김종찬
  • 승인 2009.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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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동맥경화의 상태와도 같은 답답한 일상을 떨쳐버리고 권태로움을 벗어나기에는 아마 여행이 적절하지 않나 싶다. 나의 경우,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은 못되지만 그래도 일년에 서너 번은 어딘가 돌아다녀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비록 짧은 여행, 그것도 어렵게 마련된 것이지만 나는 그 동안만이라도 마음을 텅 비우고 생활의 억눌림에서 해방된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 여행을 하면서 세상의 순수한 원형질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다.

그때마다 때로 신선한 바람이 되기도 하고, 쓸쓸하고 서글픈 심정의 나그네나 혹은 밝고 티없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닮기도 한다. 나는 삶의 기쁨과 슬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교차로를 지나면서 자연과 인간의 거대하고 심오한 박동소리를 듣는다.

들판에 무심하게 피어있는 이름없는 풀꽃들, 밤하늘에 샘솟는 듯 피어나는 새침한 뭇별, 땅에 한 모금의 막걸리를 뿌려 주면서 지신(地紳)과 술을 나눠 마시는 순박한 촌로(村老)의 모습 속에는 모든 생명의 조화롭고 경건한 엄숙 존귀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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