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신심
상태바
남편의 신심
  • 관리자
  • 승인 2009.10.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작소설 제1회

'관세음보살님 감사합니다. 남편과 아이들 건강을 지켜 주시옵고 그들이 보살행을 하며 살아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옵소서. 그리고 제게 깊은 지혜를 내려 주시어,

하고 있는 모든 일에 정성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 주옵소서'하고 기도를 드린 후 반야심경 한 편을 사경(寫經)했다. 처음 기도를 시작할 때 강여사는 남편의 사업이 잘되게 도와 주시옵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시옵고…하는 기도를 할까도 했으나 그런 거 보다는 건강한 몸으로 보살행을 행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 같아서 기도 내용을 그렇게 바꿨다.

그러나 아직까지 고통받는 이웃이라든가, 남북통일 혹은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는 해보지를 못했다. 가끔씩은 고통받는 이웃의 아픔이 자기 아픔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그들을 위한 기도를 드린 일도 있지만, 그런 일이 번번이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아니어서 그 기도는 보류해 두기로 했다.

기도란 가장 진실한 염원인데 자신의 염원이 진실하지 않을 때는 기도를 드릴 수가 없다고 생각 되어져서였다. 강여사의 기도 덕분인지 강여사 아이들은 모난 성격없이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냈고, 또 친구들이 비교적 딿고 좋아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선 이기심도 적은 편이어서 가끔 강여사 친구들이 놀러와서 아이들을 보면, '느네 아이들은 어떻게 된 게 요즈음 아이들 같지 않니?'  '꼭 시골에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 같다 얘'했다.

이기심이 적은 때문인지 공부하는 일에도 욕심을 내지 않아 성적은 항상 중간 정도에서 맴돌지만 그래도 건강한 몸으로 모나지 않게 살아주는 것이 기쁘고 고마웠다.

강여사는 새벽에 반양심경 한편씩을 사경하면서 기도를 드리는 외에도 시간이 나거나 마음이 허전해지면 염불 테이프를 틀어놓고 천수경이나 공한경 혹은 법성계를 따라 하기도 하고

관세음보살님 액자 앞에 향 하나를 사르고 백팔배를 드리기도 했다. 이런 어머니를 보아선지 강여사집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대학교 1학년인 큰딸은 고등학교 때부터 염주를 목에 걸고 학교에 갔고,

고등학교 1학년인 둘째 딸은 전에 강여사가 어느 스님한테 선물받은 보리수잎에 부처님이 결가부좌을 하고 앉은 목걸이를 자기목에 걸고 다녔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짜리 큰아들은 지난 여름방학부터 어머니 서랍 속에 있던 야광단주를 꺼내서 손목에 끼고 공부도 하고 놀기도 했다.

작은 아들은 아직 성물(聖物)을 몸에 지니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염불을 하거나 108배를 드릴 때면 어머니 방문을 살며시 닫아주고 방해가 되지 않게 마음을 써줬다.

함께 사는 시어머니 역시 마음은 어떻던 극락가시는 걸 당신의 최대 목표로 삼고 절에서 하는 행사란 행사는 꼭 참석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강여사 가족은 특별한 계기 없이 두루두루 불교 신자가 된 셈이다.

그런데 유독 남편만이 문제였다. 강여사는 가끔 남편 얼굴을 쳐다보며 '저 사람은 전생 언젠가는 틀림없이 스님이었을 텐데…'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